걷잡을 수 없는 심연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의
눈에서
코에서
입술에서
내뱉는 한숨에서
편하게 눈을 감는 것이 무엇일까요
놓칠 수 없는 손을 꼭 붙잡고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며
나는 종종 스쳐 지나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혹여 이조차도 실례를 범할까
급하게 시선을 주워 주머니에 찔러 넣습니다
우리 사이로 커다란 버스가 통과합니다
찰나의 순간 당신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지요
그렇게 느린 얼굴을 하고서
속도 내는 법을 까먹은 표정을 하고서
마치 환영이었나
착각이라 의심할 만큼 재빠르게
참 무례한 일입니다
지레 짐작하는 일 같은 것
그럼에도 그래야만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심연이 있습니다
나는 그걸 건져올려 무음의 기도를 합니다
나는 무례한 사람입니다
나는 무례한 신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