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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 Mar 31. 2024

0331






몸이 자꾸 추워지고 의문이 늘어난다

나를 잡아먹는 밤이 손가락을 다 접어도 이제는 더 셀 수가 없다

같은 장면을 보고 울었다는 사람을 찾았다

가만히 있는데 눈물만 쏟아졌어요

저도요

당신이 무슨 잠옷을 입고 자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같은 걸 보고 울었군요


부드러운 걸 씹어도 습관처럼 오른쪽 어금니에 힘을 준다

맞닿는 순간 두통이 시작되는 걸 알아서 일지도 몰라

구멍이 뚫린 에나멜 사이로 딸기 씨가 박히고 나서야 고열을 앓았지

눈이 새빨갛더니 끈적거리며 달라붙었다

열이 나서 그래요

새카만 독감이었다

독감은 눈알을 파먹는다

그때 서야 알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는 사람이 좋다니까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알아

그래서 네가 정신병자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자꾸 나를 잡아먹는 거야


날카로운 비누에 자꾸만 손이 베여

감염되기 싫어서 발악하는 나를 비웃듯이

새하얀 거품 틈 사이 자꾸만 빨갛게 맺힌다

깨끗하게 해준다면서요

저의 빌어먹을 두통도

자꾸만 잡아먹히는 외로운 심야도

점점 부어오르는 여린 살결도


우리는 다른 걸 보고 울겠군요

그때 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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