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지 않아도 눈이 멀까 두려운 빛이 드리우고
마침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민낯
글자에는 생채기가
군데군데 맺혀있는 핏방울도
내가 너무 싫어 눌러쓴 문장들은
다시 보니 이토록 가엾기도 하단다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말아라
그러나
어둠 속에서만 적을 수 있는 슬픔
그치지 않고 작대기마다 눈물이 흘러내리고
아아
끌어안아 소리 없이 울다 보면
아주 작은 구멍으로 괴로운 네가 투영된다
어깨를 말고 등을 구부리고
온몸을 가장 작게 만들어두고
빛을 등지고 있는 누군가
그 속에서만 숨을 쉬는 사람이 있다
해가 뜨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간절히
간절히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말라고 하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읽어주겠지
둥그렇게 몸뚱아리를 말고
여전히 일어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