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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상 Feb 05. 2024

마이컴 - 대가를 만나다.

70살 때 뭘 하고 있을까..?

전공 과목의 강렬한 기억은 2학년 때 새로 오신 하순회 교수님 과 시작한다. 회로 이론논리 설계 두 전공 필수 과목을 동시에 가르치셔서 수업을 잘 듣는다면 1주일에 최소 6번을 듣게 되었다. 새로운 교재여서 족보 따위는 없고, 극강의 난이도였던 시험들과 딱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소수점 가득한 정답들이 기억난다.


학부 3학년 때 '마이컴'이라는 과목을 배우며 다시 1년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과목도 해마다 다른 과목이라 들었고, mycom 인지, micom 인지... 심지어 이 과목의 원래 제목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이 때 교재의 저자들이 이미 당시부터 신급 대가인 John L. Hennessy 와 David Patterson .두 분이 이상하게 따로 떼어 외워 지진 않고, 컴퓨터 구조 관련해서는 살아 있는 교과서에 2017년 Turing award 수상.. 이후 구글에서 살짝 스쳐 가며 먼발치에서 보며 좋아했던 기억들까지...


Computer Organization and Design: the Hardware/Software Interface


최근까지 기억의 왜곡이 있었어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아마도 마이컴 때 책은 이것이었을 듯.. '주판책'이라 불렀던 기억도 있었고, 당시 책 제목에 ARM, MIPS 등은 없었던 기억인데... ARM , MIPS , RISC 가 다 있는 거 보니 이후 여러 가지 실제 시스템이 들어온 듯... 한글 번역본에 교수님 이름이 있는 거 보니, 이 책이 맞는듯. 


시험을 open book 으로 본 기억이 있고, 두께와 내용에 비해 상당히 잘 읽혀서, 내가 영어를 이리 잘 한다고..? 라며 착각을 꽤 오랫동안 했었다. 기계어로 번역된 하드웨어가 돌아가는 것들을 매우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되어 신선하면서도 좋은 기억들이 있다. 


Computer Architecture : A Quantitative Approach


대학원을 컴퓨터 구조 연구실로 가고, 대학원 수강 과목 때 접하게 된 교과서. 역시 위 대가들의 책. 수업 시간 뿐 아니라 생활 전체를 감당하게 만든 책이었다. 교과서란 모름지기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훌륭한 책이지만, 100% 숙지하지 못해 대학원 생활을 어렵게 만든 애증의 책이기도 하다.


대학원 때 교수님은 논문을 외우라고 하셨고, 시험을 매일 보았다. 마땅한 논문이 없는 경우 이 책의 중요 챕터들을 말 그대로 외우게 하셨고, 매일 한 문단의 과제를 오랫동안 주셨다. 성공하는 날보다 실패하는 날이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돌이켜 보면 영어 교재로서 더할나위없는 현명한 가르침이었던 것을 역시 뒤늦게 깨달았다. 영어로 된 논문을 쓰게 되면 더 혹독한 지도를 받았었겠지만, 훌륭한 교과서를 외우며 단어들의 쓰임을 곱씹으며 문단의 구성, 지시 대명사의 활용, 같은 뜻의 다른 단어들 사용 등에 대해 계속 수련하게 해 주셨다.


구글에서 만난 대가들


졸업 후 20년 지난 한참 후, 대가들이 튜링 상을 받았다는 소식들을 들으며 먼발치에서 볼 일들이 생겼고, 나름 알던 분들(?)이라 이런 저런 특강들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충격에 접하게 되었다. 아래는 그 중 백미인 2018 년 Google I/O 중 일부. 이전까지 서비스 만들고 운영하는 데 에너지들을 들이느라 AI / ML 을 깊게 못 들여다 보고 있다는 생각이었더랬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이 분의 행보들을 접하게 되면서 '늦었다' 생각지 않고, Deep Learning 논문들을 따라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늙어 가면 좋겠다.. 정도..?


The future of computing: a conversation with John Hennessy (Google I/O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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