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채상 Mar 14. 2024

과제/팀 이름 - Calypso

매력적인 팀 이름을 만나는 것도 행운

회사에서 팀으로 일을 하면서 팀 혹은 프로젝트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크고 어려운 일이다. 영업 1팀, 개발 2팀 등으로 부르기 쉽게 하기도 하고, 높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헷갈리니까 매니저 이름을 붙여서 누구네 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과제 이름 혹은 제품의 이름과 그 안의 프로젝트들에 대한 이름들도 마찬가지의 난이도가 생긴다. 크고 오래된 회사일 수록 어지간한 이름은 이미 다른 데서 쓰이고 있거나 쓰였을 수도 있다. 


어쩌다 남들이 안 쓰는 단어를 찾았을 경우 아예 잘 되어서 밖으로 나갈 때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지만 그 이전이라면 소개를 하게 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그래서 그게 뭔데, 왜 니가 그 단어를 쓰고 있느냐 등등의 난이도 있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작은 회사일 때는 그냥 하면 되지만 큰 회사일 때는 기존의 것들 사이에서 질서를 존중하기와 자리잡기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어릴 때 누가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었을까 싶긴 하다. 


아래는 구글에서 가장 좋고 뿌듯하게 자랑스런 기억으로 남아 있는 4년간 함께 했던 과제/팀에 대한 이야기들, 그 중에서 이름이 가져다 준 기억들에 대해서 집중해서 기억을 정리해 본다.


Cousteau


미국 본사의 메인 캠퍼스에 과학계 위인들의 흉상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한 분의 이름이다. 한글로는 쿠스토, 영어 이름으로는 Jacques-Yves Cousteau 라는 분이고, 한국에서 위인들을 접한 나로서는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deep sea explorer' 로 불리는 분이다. 2차 대전 이후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고 그 중 바다 안을 집중해서 탐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고 미국에서 자란 친구들한테는 한두번 들어본 사람이었을 테니 캠퍼스에 흉상도 있었던 것이었겠다. 검색 팀이 근처에 있어서 밥 먹고 산책 중에 자주 보던 분이긴 하다.

https://blog.travelmarx.com/2013/08/google-heads-legends-of-sea-sculptures.html


당시 검색 팀에서 미지의 세상이었던 App 안에 있는 정보들을 구글 검색이 담아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비전으로 데모를 만들어 피치를 하던 중이었고, 이는 deep sea explorer 를 빗대어 꽤 공감대를 모으기는 했었고, 높은 분들의 관심을 조금 끄는 정도가 되었었지만, 사람 이름이 과제의 이름이 되기 힘들었었던 점이 문제가 되었고, 저 spelling 이 불어식이어서 난이도가 있었던 점들이 한계로 남았었다. 구글 검색이 웹 세상은 정복한 것은 육지를 점령한 거고, 우리는 바다로 간다.. 뭐 이런 게 괜찮은 시나리오였어서 다음 과제 이름을 정하게 된다.


Calypso


약간의 논의 끝에 과제 이름은 쿠스토 선생님의 대표 배 이름인 칼립소로 정해진다. 아래 사진의 조금 평범하게 생긴 배 들의 이름이고, 연구를 주 목적으로 하던 배 이름이라 하였다.

https://en.wikipedia.org/wiki/RV_Calypso

그런데, 이 이름이 그리스 로마 신화때부터 나오던 여신의 이름.. 그리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들에서 약간 무섭지만 여신으로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입에 찰지게 붙게 되었고, 과제도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바다 속을 탐험하는 모선의 의미로 알려지며 검색 팀 내에서 "Calypso Team" 으로 불리게 되었고, 영광스럽게  첫번째 과제를 Calypso 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게 된다. 이후 3년간 검색 팀의 한쪽 최전선에서 50명의 멤버들과 함께 여러 팀들과 재미난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팀 이름의 한정판 티셔츠, 팀원들을 위한 global workshop 등 좋은 기억들이 있었고, 이후 Calypso 의 운명처럼 3년 후 과제와 팀은 해산하며 저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쿠스토 선생과 칼립소 배에 대한 오리지널 스토리는 여기에서...

https://www.cousteau.org/legacy/vessels/calypso/


App Indexing


검색 팀 내부에서 Calypso 가 나름 유명한 과제였지만, 세상에 이를 그대로 내놓을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리더십에서 나갈 때 이 과제는 "App Indexing" 이라고 이름지어졌었다. Street name 혹은 market name 정하기라 부르는 과정으로 전문가들이 같이 참여를 했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Android release 와 Google I/O 에 검색팀을 대표해서 처음으로 데뷔를 했었다. 


검색 팀의 과제에서 사용자보다 일단 contents owner 에게 앱을 만들 때 구글이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면 구글 검색의 시나리오로 함께 해 주겠다는 의미로 인덱싱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었고, 당시만 하더라도 '앱'이라고 할 것인지, '어플'이라고 할 것인지 논쟁도 조금 있었더랬다. 여기서 '조금'인 것이 전 세계에서 한국만 '어플'이라고 불렀더랬고, 지금이야 안드로이드 앱과 iOS 앱 두 세상이지만, 당시에는 크롬 앱 혹은 웹앱도 따로 신경이 쓰이던 시절이었다. 


관련해서 재미난 기억으로는 이 논의와 함께 .app 도메인을 구매하기로 결정을 같이 했어서 domain 경매 현장에 참여했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app_(gTLD) ). 이 때는 검색 팀보다는 Firebase 팀의 전략에 해당이 있어 보조적인 역할을 했었고, 이후 다시 웹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딥링크를 안드로이드와 iPhone 에 기본으로 만드는 등의 여러 노력들 중 다른 데서 해 보기 힘든 꽤 유니크한 과제 경험들이었다 하겠다.


ps. 다른 과제 이름들


Calypso 가 App Indexing 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가고 나서도 그 범주 안에서 여러 가지 기능과 실험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기획, 추진되었었다. "Calypso everywhere" 같은 직관적인 이름들도 있었지만, 암묵적으로 '바다'가 theme 이었다. 당장 기억이 나는 건 Davy Jones , Sealand , Seaworld  정도...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도 많이 영향을 주었고, 당연하게 팀원들은 그 영화 시리즈를 좋아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Dragonball 의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