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채상 Mar 10. 2024

Dragonball 의 기억

일터에서 만난 dragonball

얼마 전에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작고하셨다는 뉴스를 보고, 같은 시대를 살아 왔던 팬의 입장에서 그동안의 감사한 마음과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마인 부우 이후 내용들을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의 고민이 생기긴 했지만, 슬램덩크와 함께 내 과거의 한 부분에 같이 하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의 30-40대를 보낸 Google 에서 관련해서 도움을 받은, 좋았던 기억들이 있어 몇 자 남겨 본다. 감사했던 기억과 마음들이 모여 고인께 전해지기를 바래 본다.


일본 친구들과의 교류


몇몇 과제에서 일본 구글에 친구들과 일 할 기회들이 있었다. 당시 한국보다 검색 점유율도 높고 오래 전부터 엔지니어링 팀들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지점으로 여러 일들이 많이 벌어졌고, 과제와 워크샵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할 일들이 많았더랬다. 히라가나/가타가나/간지를 읽을 줄 알고, 애니메이션들을 통해 가벼운 일본어 정도는 했지만 회사에서는 영어를 기본으로 했어야 했다.


유학을 가지 않고 영어를 30 넘어 시작한 나의 경우 매우 더디었다. 지금도 겨우 할 말 하고 듣고 싶은 말 듣는 정도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오기에 3번의 퀀텀 점프가 있었는데, 그 첫번째 기억이 이 일본 친구들과의 대화이다. 스몰톡과 자신감 등이 차지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진데, 이 친구들과 영어로 드래곤볼 이야기를 두어시간 하며 서로 친해진 기억들이 있다. 당연히 나보다 영어를 잘 하던 친구도 있었고, 나만큼 버벅거리던 친구들이 있었더랬지만, 정치적이지 않은 소재들 중에서 교류를 나누기에 이만한 소재가 있었을까 싶다. 참고로 슬램덩크의 경우 한국 이름들로 다 번역이 되어 있어서 대화가 힘들었었고, 에반게리온은 호불호가 갈리고 켄신은 시대극이라 좀 불편했더랬다. 분명히 내 인생의 3번의 영어 도약 이벤트 중 하나는 이 드래곤볼 덕분이다.


프로젝트 - Dragonball


2015년 미국 구글 본사에서 (아마도 최초로?) 지역 전용 제품 개발 프로젝트가 제안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은 구글의 다른 제품들과 다르게 플레이스토어 입장에서는 top 3 국가였었고, global 로 나오고 싶어하는 개발사들이 좋은 관계들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글로벌의 기조 하에 별도의 조치를 그동안 취해 오지 않았었기에, 이 제안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한국과 일본 시장을 위한 제품을 따로 만들자는 것이었고, 한국말 혹은 일본말을 구사할 수 있는 미국 본사에 거주하는 제품 개발팀이 소집되었다. Product Manager 1, UX designer 1, Software Engineer 8 명의 TO 를 받았고,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조건이었고, 당시 이 과제의 engineering 책임자와 한국쪽 지금으로는 PO 역할을 맡아서 했더랬다.


역사적으로는 여러 긴장이 있지만, 제품과 과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그 텐션보다는 제품들에 집중해서 한국 사용자들과 한국 개발자, 일본 사용자들과 일본 개발자 등을 아우르며 가는 게 필요했고, 한국어 혹은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미국에서 진행하는 이 과제의 이름은 Dragonball 로 아주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었다. 팀원들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아주 쉽게 결정을 했었더랬고, 2년간 드래곤볼 팀으로 활동을 했었다. 만화가 미국에서도 꽤 유명해서 본사에서 스폰서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팀 소개 자료들로 에네르기파 흉내 내는 사진도 찍고 했던 거 같다. 


글로벌 회사에서 팀 이름 혹은 과제 이름으로 별별 것들이 사용되고, 또 사라지고, 그것들을 서로에게 설명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는 것에 비하자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또하나의 좋은 기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