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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기 Nov 16. 2022

저 휴학하겠습니다.

여대생의 나홀로 미국행


내 인생은 크게 22살이 되기 전후로 나뉜다. 여느 대학생과 같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나는, 그 고민이 특히나 컸고 1학년을 마치자마자 휴학을 신청했다. 신청 사유는 간단했다. 진로 찾기.


휴학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구했다. 성적에 맞춰 들어온 대학교, 흥미로 선택한 전공이 생각보다 내 앞길을 책임져주지 않을 것 같아. 그래서 휴학을 하려 하는데, 네 의견은 어때? 사실 답은 이미 정해졌고, 듣는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답만 하면 됐다. 질문을 받은 지인들은 “휴학 시기가 너무 빠른 거 아냐?”, “그래도 1년은 더 다녀봐야지”라면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지만, 그때 내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근데 지금 이 마음으로는 도저히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은데?”라며 반복적으로 물어오는 내게 그들은 결국 정답을 말해주었다. “무엇이 됐든 네 마음이 편한 선택을 하는 게 제일이지.”


1차로 지인들과 부모님을 통과해, 2차로 교수님 면담이 있었다. 방학 기간에 휴학 원서를 넣겠다고 교수님에게 연락을 드리며 괜히 죄송했다. 개강을 몇 주 남기지 않았지만, 2월의 학교 건물 안은 쌀쌀했다. 교수님은 휴학 사유를 물어봤고, 나는 지인들에게 했던 대로 “제 진로를 찾아보고 싶어서요”라고 답했다. 무턱대고 방학에 학교로 불러낸 제자가 휴학 원서를 들이밀어 반대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교수님은 의외로 쉽게 허락해줬다. 고개를 한두 번 절레 저으면서 널 누가 말리냐는 듯 웃으며 “그래, 꼭 목적 달성하고 돌아와라”라고 말씀하셨다.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그때 내가 세운 버킷리스트를 이루기로 결심했다. 시골 깊숙이 들어가야 볼 수 있었던 그 학원은 공부를 위해 모든 것을 차단했다. No 노트북, no 핸드폰. 심지어 전자사전도 금지됐다. 인터넷 소설을 볼 수 있다나. 세상과 단절된 채로 공부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매일이 답답했고 자유에 대한 열망은 점점 깊어져 갔다. 수능을 100일 앞두고 학원에서는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자는 차원에서 합격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라고 했다.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자유를 상징하며, 자유의 여신상이 떡하니 서있는 그곳을 떠올리고 쓱쓱 써 내려갔다. '1. 뉴욕 배낭여행 가기'.


학생 신분으로 매달 용돈을 받아 썼지만, 직접 모은 돈으로 인생의 방향성을 찾아보고 싶었다. 여행 가기 일주일 전까지 일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트릿 의류 브랜드와 액세서리 매장 각각에서 Sales Assistant로 근무했고, 덕분에 여행 자금을 두둑이 모을 수 있었다. 돈은 예상한 만큼 통장에 쌓였고, 출국일도 점점 다가왔다.



해당 글은 2017년 8월에 다녀온 뉴욕 여행기입니다.
혼자 가본 첫 번째 해외여행이라는 점 고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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