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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기 Nov 16. 2022

인생 최악의 비행 경험

여대생의 나홀로 미국행


기존에 없던 것을 찾기 위해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가봐야 한다. 우리의 선택은 경험치에서 나온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니다. 살면서 맞닥뜨린 특이한 순간들, 마주친 사람들과 나눈 특별한 이야기 등은 한사람의 인생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뉴욕 여행은 이를 가장 잘 충족해줄 수 있는 수단이자 휴학의 가장 좋은 명분이었다.


JFK공항이 목적지였기에 먼저 인천공항에 갔다. 첫 번째 목적지는 뉴욕이었지만, 내가 탄 항공편은 중국의 어느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였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JFK공항까지 한 번에 가려면 항공권값이 꽤 비싸졌기 때문에, 작고 소중한 여행비로는 중국 항공편을 통해 환승을 해서 가야 했다. 난 아직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한다. 차라리 한 달을 더 일하고 좋은 비행기를 탈 걸, 이라면서.


중국을 경유하는 그 항공편의 좌석은 키 164cm인 내 키조차 받아들이기 벅차 보였다. 무릎은 최대한 오므려도 앞 좌석과 좁은 공간 탓에 짓눌리고, 자다가 목을 조금만 움직여도 옆 사람과 로맨스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아이도 앞뒤로 계속 울어서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악몽과 다름없었던 비행시간이 끝나고, 다크서클과 함께 뉴욕에 도착했다. 과거의 내 선택을 후회하며 입국심사를 하러 갔는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이전에 다녀온 유럽과는 비교가 안 됐다. 여러 인종과 성별이 섞여 꼬불꼬불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미국의 위상을 대충 가늠해보기 충분했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면서 커다란 공항을 구경하느라 나는 정작 입국 심사받을 서류(세금 신고서)도 없이 줄을 서고 있었다.


서류 누락을 알게 된 계기도 특이했다. 내 뒤에 서 있던 중국인들과 공항에 설치된 TV에 송출되던 북한 장면을 보고 남북한 토론을 하면서 그들의 손에 쥐어진 종이를 보고 알았다. 한참을 북한의 그분과 분단국가에 대한 나름의 심층 토론을 하다가, 나만 없는 그 종이를 보고 “Where did you guys get this?”라 물어보니 다들 경악하는 표정을 보였다. 한 중국인 남자는 “Oh my god”를 연신 외치며 여태까지 뭐 했냐고 나를 꾸짖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대해 토론을 펼치던 외국인에게 잔소리를 듣는 것은 나름 신박하긴 했다. 어찌됐든 상황 파악이 된 나는 패닉했고, 다른 중국인 일행분이 내 짐을 자기한테 맡기면 자리를 지켜주겠다고 했다. 외국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짐을 맡긴다는 게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인지 지금은 당연히 알지만, 당시엔 백지상태였기에 연신 “Thank you”를 말하고, 줄 맨 뒤에 있던 서류 작성 테이블로 뛰어갔다. 어쩌면 공항을 나오기도 전에 돈을 다 빼앗기고 짐도 없어질 뻔했던 상황이었지만 장소가 장소인 덕인지, 다행히 내 짐은 무사했다. 하지만 그 다행도 잠시, 공항을 나오고 나서부터 진정한 고비의 나홀로 여행이 시작됐다.



해당 글은 2017년 8월에 다녀온 뉴욕 여행기입니다.
혼자 가본 첫 번째 해외여행이라는 점 고려 부탁드립니다.
**2017년도 중국 모 항공권 가격 기준입니다. 당시 타 항공사와 비교했을때 저렴한 편에 속했고, 해당 경험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현재와는 비용적인 차원에서 다를 수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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