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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 Jul 17. 2024

마음을 뉘일 곳이 필요해

삶과 죽음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을 위해



요즈음 들어 다시금 마음이 헛헛해지는 날이 늘었다. 

고질적인 우울증은 평생 따라다니는 것 같다. 괜찮게 지내다가도 어느 날 어느 순간 불시에 찾아와 나를 힘들게 한다. 이런 내 마음을 뉘일 곳이 필요해. 오랜만에 브런치 앱을 열어보기로 했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서운한 마음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그럴 때마다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쉽게 마음이 동화되는 특성을 지닌 사람은 어떠한 장면이 눈에 들어오면 쉽게 잊히지가 않는다. 무엇이 너를 슬프게 하니? 며칠간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의 근원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때는 불과 얼마 전 어느 목요일이었다. 학원수업이 끝난 후 명동에서 서울역으로 산책 삼아 걸어오기로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옮겼다. 회현역 인근의 복권판매처 가판대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복권을 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이 복권 사는 날인가? 생전 복권을 사본 적이 없는 나는 대박을 꿈꾸며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난 복권이 당첨될 만큼 운 좋은 사람이라고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기에 사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사람들이 저런 소소한 행복을 잠시라도 누리는 걸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며 또다시 길을 걸으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때였다.


고가도로 아래에서 까만 비닐 포대를 여러 개 앞에 늘어둔 채 컵라면을 잡수고 계신 노숙인이 눈에 들어왔다. 거의 다 드신 상태에서 국물을 마시고 계시던 그분은 계절을 잊은 듯했다. 7월 중순의 그날은 꽤 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긴팔 옷을 입고 매운 컵라면을 드시던 그분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물조차 보이지 않아 더욱 신경이 쓰였다. 나는 다시 뒤돌아본다. 그리고는 내일 먹으려고 사둔 식빵을 가방에서 꺼내어 뒤로 돌아가 그분에게 내밀었다.


“이거 드실래요?”


놀란 듯한 표정의 그분은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않으셨다.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셨기에 말씀을 못하시는 걸까 혹은 말을 잊으신 걸까. 대화도 안되고 더 이상 드릴게 없어서 그냥 빵만 드리고 돌아서는 마음은 몹시 씁쓸했다. 일단 저걸로 오늘 저녁 끼니라도 때우시겠지. 근데 내일은 어떡하실까. 물을 마실 곳은 있으실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져 걷다보니 어느새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 쇼핑몰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먹거리와 구매를 자극하는 샵들이 즐비해 있다. 평소라면 뭐라도 쉽게 구매했을 나인데 그날은 아무것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배불리 먹고 있을 때에도 오늘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은 나를 짓눌렀다. 스스로 조금 더 배고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력감으로 인해 점차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 것일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나를 괴롭게 한다. 난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다음 주에 다시 서울역에 오는 날 그분이 그 자리에 계시다면 물과 한께 간식을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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