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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A Oct 26. 2022

내 연봉은 2400

MZ세대의 사회생활 부적응기-3

저의 적정 연봉은 얼마인가요?

수십 번의 서류 탈락과 몇 번의 면접 탈락 후에 한 회사에서 최종 합격 연락이 왔다. 사원 수 20명 남짓의 작은 회사. 말 그대로 중소기업. 그래도 내가 어느 회사에 구성원이 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하지만 맘 놓고 기뻐하기에는 어딘가 애매했다.

 '연봉 : 면접 후 협의'

처우? 연봉? 면접 때 관련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디든 붙여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모드로 참석한 면접에서 '감히' 처우나 면접에 관련해서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면접 후 협의라는 글자가 날 미치게 궁금하게 만들었다. 과연 내가 받을만한 연봉은 얼마 정도인가? 그때는 연봉이 적힌 숫자가 지금까지 내 인생을 평가해주는 듯했다. 이 스펙에는 얼마. 이 전공에는 얼마. 정해진 커트라인을 두고 그걸 넘는가 안 넘는가 하는 게임.

경력 없는 사회초년생의 연봉은 얼마인가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조금만 둘러봐도 이와 같은 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댓글이 하는 소리는 너무 천차만별이었다. 누구는 최저만 줘도 감사해야 한다, 초봉 3천은 줘야 살만하다. 4천도 안 되는 게 연봉이냐. 너무 많은 이해관계와, 너무 많은 경험들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희망 연봉은 그냥 '회사 내규에 따름'이었다. 얼마를 받아야 내 가치에 맞는지. 일단은 나에게 그걸 따질 여력조차 없었다.

그렇게 나는 첫날 출근해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내 연봉을 처음 알게 됐다. 연봉 2400. 수습기간 80% 지급.

내 첫 사회인의 가치는 그렇게 정해졌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나만 빼고 전부 다

예전부터 SNS는 사회악이라 했다. 대학 시절부터 사용해오던 인스타그램은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 대기업 합격의 소식. 혹은 멋지게 자신의 꿈을 찾아 대학원을 가거나 해외유학을 떠나는 친구들. 그 사이에 작은 연봉을 받고, 작은 회사에 다니는 나는 참 초라하게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남의 인생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시대. 누구는 내 나이에 연봉 5천의 대기업을 다니고, 한 회사에 CEO로 살기도 하고, 또는 억대의 자산가이기도 한다. 상대적 박탈감? 뭐 그런 쉬운 납작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나 싶은데. 나만 빼고 다 잘 사는 것 같아. 나만 괴로운가 싶고. 나만 방황하나 싶고. 나만 아직 작은 원룸에 작은 회사와 작은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것 같아. 나의 가치는 초라하게. 그 연봉받고 어떻게 사나, 할 때 그 연봉의 사람.


제 가치는 연봉으로 정해지는 걸까요?

요즘엔 정말로 남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세상이다. 직장인에게 계급이 있다면? 연봉으로 정해지는 가치가 있다면? 익명의 커뮤니티 속에서 본인은 연봉 얼마를 받고, 모은 자산이 얼마라고 말하는 글들. 거기에 한참 미치지는 연봉을 받고도 살아가는 나. 수많은 포스트를 볼 때마다, 인터넷과 나 사이에 괴리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사실 다들 회사에 꾸역꾸역 다니는 이유가 다 돈 때문이 아닌가. 그 돈을 많이 받고 싶은 게 사람의 당연한 욕구고. 그리고 다들 높은 연봉을 향해 이직하고 스펙을 쌓고 달려간다. 서로 연봉이 얼마인지를 비교하고, 본인보다 낮은 연봉이라면 '네가 노력을 안 해서 그 정도 돈을 받는 거다.' 라며 너무 쉽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 지보 다는 얼마만큼 돈을 받는 사람인지로 평가받았다. 나의 삶과, 나의 능력과 노력 그런 것들도 전부.


            

직장인 시절, 퇴근길 어느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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