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DA Oct 26. 2022

제가 MZ세대인 걸까요? 회사가 꼰대인 걸까요?

MZ세대의 사회생활 부적응기 -4

첫 사회생활은 예상대로 쉽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나의 첫 회사. 누구나 이름 들으면 아는 대기업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매달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니. 나의 작고 소중한 첫 회사. 하지만 회사도 날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처음으로 생긴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인수인계를 들으면서 노트에 필기도 해봤다. 근로계약서에 사인도 하고, 회사 동료들이랑 점심도 먹어봤다. 어리바리 신입사원, 하루 종일 긴장하며 넵넵하기 바빴다.

첫 업무를 받았다. 어떻게 하는 건가요?라고 물어보니 일단 해보랜다. 네? 아... 알겠습니다. 하고 일단 했다. 사내 메일은요? 그런 거 없고 구X 메일 하나 파세요. 아... 사내 메신저는요? 곧이어 카카X톡 단체 채팅방에 줄줄이 초대된다. 조용히 프로필 사진을 내렸다. 명함은 3달 뒤에 파줄게~ 그전에 관둘 수도 있잖아? 하하하. (농담인가? 웃어야겠지?) 아 넵. ㅎㅎ 점심 식대는요?라고 묻자 건물에 있는 구내식당 식권 10장을 준다. 한 달에 출근하는 날은 25일인데. 이정 씨, 오늘 첫날이니까 일찍 가봐. 아. 넵. 퇴근 시간 7시에 일어나서 회사를 나선다.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퇴근하지 않는다.


MZ세대 기본 모토 : 받은 만큼만 일하기?

출근한 다음 날부터 일은 쏟아졌다. 포토샵 할 줄 알아? 그럼 이것도 해 줘. 이정 씨, 내일 어디 좀 같이 나가자. 이정 씨, 가서 XX 좀 사 올래? 가서 택배 좀 붙여줄래? 가서 우체국 좀 다녀올래? 남이 하기 귀찮은 잡일들도 나한테 자꾸 넘어왔다. 대표는 틈만 나면 날 불러서 이것 좀 해줄래? 저것 좀 해줄래? 라며 부탁했다. 아. 넵. 원래 사회생활이란 시키는 거 다하는 것이라 했다. 내가 사무실 막내니까 나한테 시키는 거구나. 우체국도 열심히 다니면서,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작디작은 첫 월급이 나왔다. 수습 시간 동안 삭감된 내 월급은 160 언저리였다. 거기에 월세를 빼고, 그동안 열심히 먹은 점심값을 빼고, 하루에 죽을 것 같으면 먹던 커피값도 빼면, 내 손에 남은 돈을 얼마 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많은 월급은 아니었다. 월급을 받으면 기뻐야 하는데 의의로 허탈한 양가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일해서 번 돈이니까 애지중지한 마음 반.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고생해서 벌었는데 남은 게 고작 이거?라는 허탈한 마음 반.

내 노동력 전부를 돈으로 환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번 월급이 참 작디작으니까 허탈했다. 최저시급을 남짓하는 돈. 나의 노동력의 가치는 그저 최저시급인가.

요즘 MZ세대들은 받은 만큼만 일하는 게 모토라던데. 나는 그래도 최저시급보다는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은데. 그것 또한 내 착각이었나 보다. 내가 했던 야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야근이 제 능력을 보여주는 수단인가요?

분명 퇴근 시간은 7시지만, 7시가 되어도 아무도 자리에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당연하게 야근, 야근, 야근. 나도 야근을 해야만 해낼 수 있는 업무량에 쉽사리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어둑어둑하게 지는 해를 보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컴퓨터를 두드렸다. 그러다가 집에 오면 이미 한 밤 중. 씻고 자고, 유튜브 10분만 봐도 이미 자야 할 시간. 나의 취미는 영화도 보고, 책도 읽는 것이었는데. 활자 하나 읽을 시간이 없었다. 매일 같은 생활에 나의 생활은 점점 퍽퍽하고 메말라져 갔다. 머릿속에 회사와 일 밖에 떠다니지 않았다.

어느 날은 무언가 느낌이 좋았다. 뭔가 일찍 끝나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날은 더 열심히 빠르게 일을 해본다. 7시. 마침내 퇴근할 수 있다. 기쁜 마음으로 엉덩이를 떼고 대표에게 가서 인사를 했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대표는 나를 힐끗 보더니 저렇게 말한다.

주다 씨는 일이 없나 봐? 일찍 퇴근하네.


일이 없는 게 아니라요.... 원래 7시가 퇴근시간이잖아요.라는 말이 속에서 맴돌았지만, 그냥 하하. 하고 웃었다. 야근이 당연한 건가? 야근을 많이 해야 능력 있는 사람인가? 야근을 해야만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인가? 모르겠다. 사회생활이란 원래 이런 건지. 야근이 내 능력을 보여주는 건지. 지친 몸을 지하철을 싣고는 머리 위에 물음표만 띄웠다. 원래, 사회란, 회사란, 직장이란, 다 이런 건가?  


            

회사를 다니면서 사소한 풍경이 좋아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연봉은 240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