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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람 Jul 18. 2024

내 다이어트 최대의 희생양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지 4일째다.

이제 겨우 4일인데도 뭔가 다른 것 같은 느낌에 자꾸 거울을 보게 된다. 그렇게 거울을 보고 있으면 나만 아는 아주 미세한 변화에도 눈을 뜨게 된다.


"여보(세요), 나 여기 턱선도 좀 핼쑥해진 것 같지 않아?"

"흐음, 그런가? 난 잘 모르겠..."

"안색도 좀 밝아진 것 같지 않아?"

"그거야 지금 세수했으니까..."

"아닌데. 확실히 달라졌는데."


그리고 자꾸 옆 사람에게 확인을 받고 싶어 진다.




대부분은 금주효과일 것이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면서 저녁에 곁들이던 술을 빼게 되었다. 술이 들어가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자꾸 안주를 찾게 되고, 취하면 적극적으로 안주를 만들어 오는 버릇이 있어 자연스럽게 식사시간이 길어지고 과식도 따라붙기 때문이다. 하여, 몸은 붓고 간이 피곤해 얼굴색이 좋지 않던 것들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겠지만 계기는 어쨌든 간헐적 단식이다.


"그런고로 앞으로도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에, 왜 나까지? 난 여기서 살 더 빠지면 죽어."

"아니이, 같이 다이어트하자는 게 아니라 술은 금토일, 주말에만 마시자고."

"(한국어) 싫어."

"자,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봐. 누가 눈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면 술을 마시고 싶을까? 안 마시고 싶을까?"

"마시고 싶겠지?"

"그러니까 금토일에만 마시자. 애초에 말이야, 사람이 일주일 동안 술을 마시는 날보다 안 마시는 날이 적다니 이게 말이 돼? 심지어 요 몇 주는 쉬지도 않았어. 이런 거 알코올 중독이래."


남편은 못마땅해하면서도, 내가 살은 뺐으면 좋겠는지 눈물을 머금고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금주에 동참하게 되었다. 화요일까지 우리는 술의 시옷자도 꺼내지 않고 담담히 저녁을 차려 먹고 요즘 우리의 붐인 게이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주 7회 드렁커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탄산 가득한 맥주로 더위를 식히고 싶어서, 비가 오고 그래서, 불금이라, 회사가 화나고 사람이 싫어서 부두술 대신에, 그리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유, 왠지 그냥 허전해서.


결혼 이후엔 마음의 안정도 생기고 건강도 걱정되어 작년 여름부터 술은 주 4일만 마시기로 (그래도 한 주 동안 안 마시는 날보다 마시는 날이 더 많음) 약속했다. 주말만 마시자는 나와, 최소 4일은 마셔야 한다는 남편은 '3일 쉬고 4일', '아니, 4일 쉬고 3일'로 설전을 벌이다 남편의 고집대로 3일 쉬고 4일 마시는 것으로 타협했다. 그간 잘 지켜왔는데 연말부터 이런저런 행사를 이유로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6월 하순부터는 급기야 매일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웠던 '4일 쉬고 3일 마시고'가 간헐적 단식을 계기로 아주 쉽게 성립되었다. 어제는 슬슬 술을 마시고 싶다며, 남편은 다이어트 같은 건 그만두고 함께 즐거운 주취생활을 하자고 꼬드겼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브런치에 대대적으로 써버렸기 때문에.........


오늘은 남편 아침 먹는 걸 구경해서 그런가 더 허기진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가여운 그를 떠올리며 참으려 한다. 나는 나의 의지로 결정한 일이지만, 타의에 의해 술 마시는 날도 하루 줄어들고, 나의 '나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하는 질문공세도 당해야 하는 남편이 이 간헐적 단식의 가장 큰 희생양이니까.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협력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를 위해 주말 저녁엔 참은 만큼 더 즐겁고 맛있고 긴 파티를 개최해 볼까 한다.


어, 그럼 나는 아침을 낮 4시에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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