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이람입니다. 세상이 하 수상해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조금 다른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부디 오늘 하루도 끝까지 안녕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자 발표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말하지 않는 것'과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일 텐데,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들어서... 이제 좀 속이 시원하고 또 실감도 납니다.
처음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제 상황에 그 끝을 알 수 없이 하염없이 하는 글쓰기는 너무 사치스러운 일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한창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날은 날이 추워 야채와 고기를 잔뜩 넣고 국물요리를 만들었는데 그걸 한입 막 뜨기 시작했을 즈음일 겁니다. 테이블 위의 핸드폰 화면에 알림 통지가 왔고 평소 본 적 없는 글귀에 놀라 후다닥 메일을 열어보았는데 일이 그렇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엔 누가 날 놀리려고 브런치스토리팀을 사칭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하라는 건 다 함), 출판사 분들과 컨택을 하면서도 내 머리가 좀 어떻게 되어서 지금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고 (그러면서도 하라는 건 다 함), 발표 전에는 함구해야 하는 룰을 악용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정작 수상작 내역에 내 이름은 없고 이게 사기였구나 알았을 때에는 이미 제 개인정보는 저 멀리 대륙으로...라는 식의 결말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하라는 건 다 했습니다. 의심 깊은 것 치고는 하라는 건 다 하고, 참 착하죠? (.....)
그렇게 의심에 의심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왜 나야?라는 기분 때문일 겁니다. 저는 이제까지 살면서 큰 주목을 받을 만한 위치에 올라선 적도 없고, 지금은 남편을 따라 시골로 들어와 실질적으로 경력이 단절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쓰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브런치북 대상이라니, 기쁘기도 하면서 제겐 너무 과분하여 왠지 모르게 송구스러운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분들의 댓글을 읽으며 괜한 생각을 했구나 했어요. 우리 집 일본인을 연재하는 동안에도, 또 그 외 다른 글들을 쓸 때도 항상 따뜻한 응원과 좋은 에너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나갈 수 있었고, 또 약간 서동요 기법도 플러스되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데 생각이 닿았습니다. 애초에 저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힘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책이 된 우리 집 일본인이 그간 이야기를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작은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우리 집 일본인은 애착이 깊은 이야기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의 기억이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처음으로 기획한 것이고, 첫 브런치북이기도 해서 우리 집 일본인으로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더 뜻깊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라 걱정으로 마음이 널을 뛰는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정신을 부여잡고 원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벌려놓은 연재 브런치북들도 갱신이 어려울 것 같지만 머지않은 때에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한참 부족한 저지만 이제까지 여러분이 제게 베풀어 주셨듯 저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글도, 배움도, 인성도 더 노력해 나가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어...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뭔가 점점 거창해지는 느낌에 쪼끔 부끄럽지만...
감사합니다!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