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가장 잔인한 방법은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자신이 그 공모전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다.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아, 벌써 발표가 났었구나, 난 떨어진 거구나. 그리고 이 분도 응모했었구나. 축하해주고 싶은데 씁쓸한 기분에 차마 입이 떼지지 않는다.
겨우 멘탈을 부여잡고 나면 그분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마나 실력 있는 분인지 알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상황이 객관적으로 판단이 된다.
몇 년간 같이 공부하고 서로 많은 고민과 이야기를 나눈 글벗님의 당선 소식은 언제나 기쁘다. 글 쓰는 데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유독 내 주변에서 등단했다, 책을 계약했다,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이 많이 들려와서인지, 점점 조급해진다.
예전에는 경력이 많으신 선배들이 잘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겠지 하면서 쓰라린 마음을 달랬지만, 이제는 내 또래 분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니 이전과는 또 다른 이상한 마음이 피어오른다. 이 마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처음에는 기대했던 일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실망한다. 그리고 괜히 기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아무 타이틀이 없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면서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마음이 무너지고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간다.
여기에는 아주 복합적이고도 은밀한 마음들이 마구잡이로 엉켜 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새삼스럽게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을 내 기준에 맞추어 재단하고 무시하고 있었는지 내 편협한 시각을 깨닫는다.
이런 내가 싫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나를 스스로 인정하기 위한 뒤틀린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마음속에서 남을 깎아내리면서 내가 이 부분은 저 사람보다 낫다고 은근한 위로를 삼고, 잘되면 한없이 교만해지고 안 되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지난날. 그 마음들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다. 그렇게 무너지고, 무너지고 모든 틀들이 다 깨질 때 나도 날개 돋친 듯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글 쓰는 일이 지독한 짝사랑처럼 느껴진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면서도, 때로는 머리 아프게 만들고, 때로는 가장 절망에 빠지게 만들고, 또 때로는 관심을 끊으려 해도 끊임없이 생각나는 그런 존재.
그럼에도 나는 왜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을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포기한 일을 손에 꼽자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말이다. 글쓰기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나를 계속 이끄는 걸까?
처음 시작은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많은 작품들을 읽으며 받았던 것과 같은 그러한 감동과 위로와 새로운 경험들을 주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동화를 쓰다 보면서 나는 어쩌면 동화를 통해서 어린 날의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손을 내밀다 보면 나 같은 어린이들에게까지 닿겠지.
나는 지금 훈련 과정 중이다. 칼을 쓰기 전에 예리하게 다듬고 갈아놓는 것처럼 언제든 바로 꺼내쓸 수 있도록 내 무기들을 갈고닦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오늘도 묵묵히 또 쓰고 쓰기로 마음먹는다. 누가 봐주든 봐주지 않든, 위로의 손길이 닿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