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니까 좋아?

by 사과나무

한국에 오니 당장 나는 회사에 나가야 했다. 회사 없이는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말할 수 없다. 대학 졸업 후 23살부터 시작된 나의 회사인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아이 둘을 낳고도, 몸이 아플 때도,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도 나가야만 했던 회사를 미국 생활을 통하여 1년을 쉬게 되었다. 처음에는 갑자기 주어진 자유시간을 어찌 쓸 줄 몰라 우왕좌왕하였지만, 쉬운 것은 근방 익숙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금방 익숙해지고, 몸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그렇게 세팅된 나의 마음과 몸을 또 회사 시스템에 맞춰야 하니, 처음 3달간은 땅을 걷고 있지만 하늘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었다. 회사의 복잡한 시스템, 사람들....

무엇보다 전날부터 조여 오는 내일 출근에 대한 압박감이 밀려들었다.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은 등교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도 준비하여 회사로 향하고, 회사 안에서는 매일 크고 작은 이슈가 생기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이 한가득 있다.

그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다 보면 퇴근시간이 되고, 가서는 아이들 케어와 저녁식사준비 등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 모든 일을 끝내놓고, 남편이 설거지를 할 때쯤 나는 디카페인 커피를 한잔 타서 소파와 한 몸이 된다.

웬만하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온몸에 힘이 없고, 활기도 없다.

직장에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지만, 몸이 축 처지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다음날 회사에 가면 오뚝이처럼 일어난다.

다른 주변사람들은 아이다 키우고 자기 일까지 하고 있으니,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다.

내가 어떠한 순간에도 회사를 놓지 않았다는 것에 나는 의의를 두고 싶다.


회 사 를 놓 치 않았다.



매우 간단한 한 줄로 표현이 되지만, 그 속사정은 전혀 간단하지 않다. 곪고 곪았다.

2살 터울 아이들, 엄마가 아프고 난 뒤에는 마음 놓고 맡길 곳도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눈뜨면 있고, 저녁은 같이 먹어주는 엄마이고 싶어, 회사를 옮기고 또 옮겼다.

내가 원하는 회사 조건은 딱 하나였다. 아이들 키우는데 조금 수월한 곳이었다.

출퇴근이 2~3시간씩 걸려도, 아이 키우는 것을 배려해 주는 회사라면 다녔다. 내가 힘든 것은 상관없었다. 아이들 키우는 것에 방해가 덜 되면 그뿐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회사를 놓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였고, 그다음에는 그냥 독기 같은 것이 생겼다. 일찍 결혼했다고, 아이가 있다고 내 일을 관두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변에는 관두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남편도 내 마음을 알고 잘 도와주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덕분에 공부도 하고, 미국도 다녀오고, 감사하다.


최근에 본 영화

폭싹쏙았쑤다. 이런 대화가 있었다.

아내가 좋으면 처갓집에 잘한다고 하는데, 어머님 제가 그래요.


내가 듣기에 매우 유쾌한 대사였다.

사실 나도 적잖아 그런 부분이 있다. 나의 남편은 가정에 매우 충실하고, 자기 일에 성실한 사람이다. 아이들과 나에게 사랑을 표현할 줄 알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아주 잘 알고 고치려고 한다.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 내속을 태울 때도 있지만 인정하고 알고 있다는 점에 나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고 생각한다.

살다 보니 모르는 사람도 많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남편으로 인해 그렇게 속 태우며 사는 일은 없었다. 그때그때 내가 말하면 잘 들어주었고, 고치려고 며칠간은 노력하였다.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성실한 남편 덕분에 잘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편에서도 말했다시피 시댁과의 문제는 없었다고 볼 수 없지만, 잘 들어주는 남편덕에 견디고 살았다.

결혼이라는 것이 그런 거 같다. 내편 한 명만 확실히 있으면 지낼 수 있다. 그것도 매우 기쁘게.

그 한 명이 배우자라면 매우 로또이다.


나는 사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였는데, 좋은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 볼 줄 아는 눈과 세상 안목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남편을 만났으니 참 다행이다.


막상 한국에 오니, 나는 또 회사에 다니고 있고

그냥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은 어찌할 수 없다.

나이스한 미국인, 꾸덕한 햄버거, 집 앞의 수영장 모든 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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