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너도 받아봐. 속이 시원하더라."
얼마 전 심리 검사를 받은 친구의 전화였다. 그냥 마음이 답답했는데 속이 시원하게 뻥! 까지는 아니지만 실타래의 끝을 움켜잡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친구에게 말은 못 했지만 나도 몇 해전 심리검사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본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지. 매 시간, 매초 불안하고 여유가 없었다. 쫓기듯 하루하루를 보냈다.
엄마가 이런 마음인데 아이들은 어떨까? 이런 내 모습을 아이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친구의 전화를 받고 몇 년을 미루었던 심리검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알아보는 프로젝트 [내가 나를 파요]가 시작되었다.
몰랐는데 집 주변에 엄청 많은 심리상담소가 있었다.
"주변에 이렇게 많았다고? 전혀 몰랐네."
몇 곳 전화를 해보았다. 가격도 방식도 천차만별이었다.
한 곳은 첫 상담부터 비용을 내고 검사를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어떤 곳은 검사 없이 대면 상담만 진행하는 곳도 있었다.
너무 다양한 업체들로 머릿속에 쥐가 날 만큼 복잡해졌다. 이대로 때려치우고 싶어졌다.
딱 하나만 생각하자며 기준을 만들었다. 지금 통화하는 사람의 스타일만 생각하자.
'내가 그곳에서 검사를 한다면 이 사람과 진행하겠구나.'라고 생각하니 고민이 확 줄어들었다.
상담자의 말투, 내 질문에 대한 이해, 대답 스킬을 고려해 보니 2-3개 업체로 추려졌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은 가격이었다.
(가격 너무 중요해~저 비용 고효율을 위해 이 고생을 하는 거잖아 ^^)
"여기서 해야겠다"
그 곳에서 추천한 검사는 가족패키지였다.
가족패키지였지만 다른 업체에서 한 명 검사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었다.
(1+3이라고 할까? 이번 기회를 빌어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엄마의 물귀신 작전이었다.)
가장 큰 관문이 남았다.
이 프로젝트의 끝판왕. 바로 남편이었다.
과연 검사를 한다고 할까? 상담소까지 갈까? 그냥 나 혼자만 받을까?
때려치우고 싶은 두 번째 위기가 왔다.
(사실, 상담에 대한 걸 처음 물어보는 건 아니었다. 위에 말했듯이 몇 해 전에도 심리검사를 고민했을 때 남편과 상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남편은 단호하게 NO를 외치며 자신에 대한 검사를 거부했었다.)
그 설득을 다시 하라고? 아후 난 못하겠다. 시작 전부터 백기투항 해야 하는 느낌이 팍팍 느껴졌다.
그날 저녁 밥상에는 고기반찬을 올렸다. 그것도 한가득!
"많이 묵으라!"
우선 남편의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그 후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최대한 무심하게. 툭. 심리검사 이야기를 던졌다.
남편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뜨뜻미지근했지만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남편에게 상담소 방문이 정히 어렵다면 설문 작성만이라도 해달라 굽신굽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약 날에 우리 가족이 모두 상담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푸하하하
TV에서 보던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그리고 결과를 듣는 순간이 왔다. 두근두근
상담쌤과 남편과 나 - 셋이서 책상을 가운데에 두고 앉았다.
드디어 상담쌤이 입을 떼었다.
"최근에 못 보던 케이스네요. 문제없는 부모와 잘 크고 있는 아이들이에요. 지금처럼 쭉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한 마디면 됐다. 이제 집에 가도 되겠다. 잔뜩 긴장했던 어깨가 스르륵 풀렸다.
첫째와 둘째의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달랐다.
남편은 무념무상을 좋아하는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내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내가 억누르며 살고 있는 것이었다.
상담쌤은 내가 갖고 있는 호기심을 마음껏 발산하라고 했다.
어머! 잊고 있던 나의 별명이 생각났다.
호기심 천국, 네이버 절친
궁금한 게 많아서 호기심 천국, 그럴 때마다 네이버에 검색한다고 해서 네이버 절친이었다.
이제 다시 나의 호기심 지도를 펼쳐 도전을 시작해 볼까?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
집에 오는 순간부터 다시 억누르며 사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호기심 지도를 언제든 펼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심리상담을 추천한다. 나처럼 사는 게 헷갈린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