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희 May 18. 2024

그 인간이 불행하면 내 속이 시원할지 알았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한 인간이 있다. 그 인간은 A다. 

A는 남자친구(=현 남편)의 지인으로 처음 만났다. 그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남자친구와 연애가 길어지며 A의 진짜 모습이 슬슬 보였고, 

결혼한 후에는 남편 근처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 1순위 아니 0순위가 되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A는 오지랖이 넓고, 어디서든 자신이 주인공이고 싶어 했다. 

모임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제물이 필요했다.  그 제물은 언제나 남자친구였다.

"야야 쟤가 술 먹고 진흙에서 구르다가 그 상태로 잠이 들었어. 지나가던 사람이 얘한테 동전을 던져주고 갔던 거 다들 기억하지? 아. 그 자리에 너네가 없었구나. 아쉽네 좋은 구경이었는데"

물론 이런 일은 없었다. 비슷한 일도 없었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도저히 그 인간 얼굴을 보기 싫었던 나는 A를 몇 년 동안 안 보고 살았다. 


그러다가 큰 사건이 터졌다.

그날은 남편 지인들이 내가 사는 동네에 놀러 온다고 했다. 집 근처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고 그곳에는 A도 함께 했다.

그때, 나는 빌라에 살고 있었다. 우리 빌라에는 어마어마한 빌런이 한 명 있었다. 그 빌런은 이 집 저 집을 돌며 다른 이유로 싸움을 하고 다녔다.  우리 아래층에 사는 빌런은 아이들 뛰는 소리에 못 살겠다며 나에게 카톡을 보내곤 했다.  우리 가족이 며칠씩 집은 비운 날에도 조용해달라고 연락을 해오니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술이 잔뜩 취한 A는 남편에게 "너네 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라고 했고 남편은 아랫집에 빌런이 있어서 우리 집에는 갈 수 없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A는 혼자서 몰래 술집을 빠져나와 우리 집으로 향했고 아랫집으로 가서 문을 발로 차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고 도망갔다. 다시 술집으로 들어간 A는 아무 일 없었다는 다시 술자리에 합류했다. 

경찰이 오고 A와 남편이 함께 있는 모습을 확인한 빌런은 남편이 깡패를 시켜 자신에게 해코지를 헀다며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빌런은 밤마다 술에 취해 우리 집 문을 발로 차고 난동을 부렸다. (빌런은 40대 후반의 여자다)

나는 정말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내 평생 만날 경찰을 6개월 사이에 다 만난듯하다. 

A는 남편에게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했단다. 

"네가 힘들다고 해서 아래층 사람에게 겁만 주려고 한 거야. 너. 를. 위. 해. 서."

이런 멍멍이 같은 소리가 사람입에서 나왔다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여기까지는 몇 년 전 이야기다. 


그런 A가 사는 게 힘들다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와이프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모두 와이프의 잘못인양 이야기하는 A는 참 비겁했다.

'그때 우리 집에서 사고를 치고, 자기 잘못 아닌 양 도망가더니 지금도 그 모양으로 사는구나.'

그때의 나는 매일 기도했다. 'A가 받게 해 달라'라고.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내가 틀렸다

A는 그때도 벌을 받는 인생을 살고 있었나 보다. 

비겁하게 자기가 한 잘못을 회피하고, 도망가고, 남탓하며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자신의 가정도 지키지 못하는 비겁한 인생을 살고 있다. 

A가 불행하면 속이 시원할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굉장히 엔딩이 찝찌-입한 영화를 본 듯 애매모호한 느낌이다. 


A를 위한 요즘 유행하는 명언으로 마무리해보려 한다

지인지조  지팔지꼰 하지 말고 살어 임마!

지인지조 : 지 인생 지가 조진다. / 지팔지꼰 : 팔자 지가 꼰다.

작가의 이전글 울산바위의 묵직한 감탄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