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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퀴터 Sep 13. 2024

인생 최고의 업적

비행기 타고 학원 선생 결혼식 와주는 학생들

학원 강사라는 일을 시작할 당시, 나는 삶에 깊은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삶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해야만 하는 근로가 너무나 싫어서 매일 울었다. 딱히 이루고 싶은 커리어나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으려고 일을 했다. 속으로는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살지 않는 것’만큼 멋진 미래는 없어 보인다고. 살다가 좋은 일이 있어도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평생 일해야 한다는 이 끔찍한 사실이 알량한 기쁜 사건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텐데.


한 시간 동안 지하철에 끼어 타서 출근을 했다. 상사는 나에게 화가 날 때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나의 지저분한 커리어와 내 나약함을 공격했고,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점점 스스로가 무가치한 인간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점점 온몸이 아파오고 버티기 힘들었다. 또 퇴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도피처로서 나는 학원을 선택했다. ‘진짜’ 직업을 회피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어서 그 일을 골랐다. 내가 이미 겪어 본 입시를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참 쉬웠다. 처음엔 고등학생들이 뚱한 얼굴로 나만 쳐다보는 곳에서 선생 흉내를 내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조금 무서웠지만, 적어도 그곳엔 나와 내 지난 인생을 공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일하는 ‘진짜’ 직업과 비교할 수 없이 편한 일이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수업 중간중간에 개인적인 대화를 섞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일본 대학생활, 동아리 활동, 도쿄 월세 등 일본 이야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다양한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학생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 나는 수업을 진심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쉬는 날에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내일 학원 가서 이야기해 줘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와 잘 안 맞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아무리 힘든 수업도 회사원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이 편했다. 학원에서는 잠깐 짜증 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삶 자체가 싫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작년, 학생들이 내가 이듬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1년이나 남은 일이었기에 결혼식에 꼭 가겠다는 학생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나는 농담처럼 ‘기대하게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학생들은 학원을 떠나면 나를 금세 잊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올해 여름, 학생 한 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결혼식 날짜와 장소를 알려달라고. 비행기를 예약하려 한다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정말로 온다고요? 한국에 있는 내 동창들도 안 오는데, 학생이 온다고? 잠시 눈을 감고 그 영광의 모습을 상상했다.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도 방학에 한국에 들어왔다며 나를 학원 밖에서 따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학생들도 결혼식에 꼭 가겠다면서 청첩장을 받아갔다.


내가 이 모든 일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나라면 절대 학원 선생 결혼식에 가느라 내 시간과 돈을 쓰지 못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나를 크게 바꾸었다. 그들의 따뜻한 결심이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는지! 나도 남은 인생 동안 누군가에게 이런 행복을 주고 싶다. 이렇게 사람들과 따뜻한 애정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학생들이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 결혼식에 와준다는 것은 단연코 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쁜 일이다. 아마 그날 감동의 눈물을 참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혼식 자체보다 고마운 학생들의 얼굴을 볼 생각에 더욱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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