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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Aug 06. 2024

시를 쓴다

매미가 목을 매달았다

매미가 목을 매달았다 

         

  내가 어릴적에.

  우리 집에 함께 살던 황소와 나른한 오후를 풀밭에서 무언극을 시작한다. 풀을 뜯던 황소는 그늘에 앉아 쉬고, 나는 황소 꼬랑지에서 긴 털 하나 뽑았다. 기다란 나뭇가지를 잘 다듬어 나무 끝에 소 꼬랑지로 올무를 만들고 황소가 앉아 쉬는 그늘진 나뭇가지에 우렁차게 노래하는 숫매미와 술래잡기를 한다.

  나는 소꼬랑지를 살곰살곰 매미 앞으로 밀어준다. 매미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앞발로 소꼬랑지를 잡아당긴다. 궁금증이 많은 매미는 자기 손으로 올무를 목에 걸고 말았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챈다. 매미는 소리치며 발버둥 치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펄쩍펄쩍 날뛰는 매미를 손에 잡고 나는 신이 났다. 밀집으로 만든 작은 매미집에 넣어놓고 노래를 불러주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매미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목을 매달고 죽었다. 목에 감긴 소 꼬랑지를 풀어주고 죽은 매미를 흙에 묻어주었다. 나는 슬퍼 엉엉 울고 말았다. 황소도 덩달아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황소와 나는 해진 저녁 슬픔을 묻어놓고 초가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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