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배달의민족 - 너에게 밥을 보낸다.
이번에도 유광굉 감독님 작품. 감독님은 원래 이미지로 승부하는 분이신데, 이번 배민 광고로 스토리텔링에도 굉장히 강하신 모습을 보여주셨다.
뚝배기가 유성처럼 떨어지는 비주얼이 압권인데, 당시 배민에서 새로 런칭한 배민선물하기 기능을 광고하기 위한 메인 광고였는데, 사실 나는 침착맨 님 광고 방송을 보고 먼저 이 캠페인을 알았다...
아무튼간에,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몰입감을 자아내는 점이 일품이었던 작품.
넌 원래 어릴 때부터
소고기보다 황태미역국을 좋아하는 아이였지
오늘 생일인데
어디서 미역국이라도 먹었는지
미안하단 말이
우린 뭐가 그렇게 힘든 걸까
아빠 어디야
비 오니까 또 막걸리에 파전 땡기지?
야 내가 너 좋아한다고!!
언제 밥 한번 먹자..
그 언제는 도대체 언제인 걸까
싶어서 지금
너에게 밥을 보낸다
아들, 생일 축하해
좋은 거 먹어
지금 밥 한끼 보내주고 싶은 사람 있습니까?
이 광고가 우리의 마음을 자극하는 이유는, 인간 관계 사이 어떤 선을 넘고 싶은 본질적인 욕망을 자극했다는 점 때문이다. 공부하는 자식을 향한 걱정, 다툰 연인간의 화해, 부모를 생각하는 효, 썸남 썸녀의 고백,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어색한 인사 등 괜시리 주저하게 되는 상황들을 설정하였다. 관객은 인물들에 몰입하여 선을 넘으라는 응원을 하게 되고, 이 행위는 결말에 배민선물하기로 이어져 큰 임팩트를 선사한다.
또한 광고가 런칭 된 시점을 고려했을 때, COVID-19으로 인해 단절된 사람들간의 유대감을 자극하여 감동을 일으키는 전략적인 카피 & 스토리 구성이었다고 본다.
카피 자체는 수려한 문장보다는 수수하지만 무게있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더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전에 리뷰하였던 'Hera loves Seoulista'와 상반되게, 카피의 존재감을 줄여 상황에 몰입시키는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 만약 이 작품에서 캐릭터성이 부각되는 대사와 카피가 등장하였다면, 관객은 상황 자체보다 캐릭터에 몰입하여 메시지가 흐려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지막엔 '지금 밥 한끼 보내주고 싶은 사람 있습니까?' 라는 의문문을 통해 캠페인 참여를 유도하는 마무리까지.
인물의 뒤로 바다가 펼쳐진 배경, 그리고 대사를 통해 자식과 멀리 떨어진 어머니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해안가 마을 해질녘 옥상에서 빨랫감을 널고 있는 비주얼이 정말 아름답다. 해당 씬 마지막 컷에서 유성 비주얼에 대한 복선을 제시한다.
옥에 티 하나를 발견했는데, 틸업이 끝나는 시점에 포커스 브리딩으로 인해 이미지가 살짝 흔들린다.
자연이 배경이었던 이전 씬과 달리, 빛나는 간판과 도로를 배경으로 설정하여 도시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아들을 상반적으로 보여준다. '취준'이라는 막막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셔터스피드를 낮춰 주인공 이외 인물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철길 옆에서 싸우는 연인의 모습. 보편적인 하이앵글, 로우앵글 법칙을 잘 사용했다. 여성이 이 씬에서는 별 타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뒷 씬에서는 울음을 터뜨리며 상처받은 약자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열차 올 때 찍어야 돼서 힘들었겠다...
비내리는 지하철역 출구. 디퓨전 필터로 빛을 퍼트리고, 아버지 역할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카메라에서 등을 돌려 시선을 아버지에게 집중시킨다.
실제로 비가 내렸을까...?
극적인 대사, 극적인 앵글, 극적인 동선, 극적인 역광. 개인적으로 임팩트가 가장 큰 장면이다. 풋풋한 사랑과 고백을 기다리는 단계의 절절함을 재밌게 보여주었다. 소리를 내지를 때, 카메라가 인물에서 멀어지며 리버브를 강화해준다.
첫 씬에 나온 유성에서 이어지는, 클라이막스. 메인 카피가 등장하는 매우 적절한 시점이다.
역시나 중앙배치
열 마찰로 인해 불타는 별똥별의 이미지를 국밥 뚝배기에 대입하였다. 기획자의 유머가 느껴져서 좋았다.
조명을 통해, '배민선물하기'의 특별함을 부각했다.
(펄프픽션이 원조는 아니지만 재밌어서 들고옴)
인물 아래에서 빛을 비추는 연출은 언제나 귀엽고 재밌는 연출같다.
결국 아들에게까지 날아간 유성은 '배민선물하기'였다.
왜 유성을 컨셉으로 설정했을까?
이전 카피에서 기술했듯, 선을 넘고자하는 욕망을 결국 간절한 염원이라는 감정으로 도치시켰다고 생각한다. 별똥별에 소원을 속삭이듯, '배민선물하기'를 통해 상대에게 다가가고자하는 소망을 담아낸 것이다.
배우분 표정이 큰 차이는 없긴 하지만... 차가운 이미지와 따뜻한 이미지를 대립시켜 감정적 포지션을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이 역시 광고 제품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연출적 전략이다.
삽입된 음악은 <혁오의 LOVE YA!>
유광굉 감독님이 이 음악을 삽입한 버전을 삽입해서 보여줬을 때,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한다.
유 감독님 음악 선정 센스를 보고 있자면... 역시 감독은 깊고 넓은 사람이어야한다고 새삼 느낀다.
Don’t be afraid yeah, I’ll stay
두려워 하지 마, 네 옆에 항상 있을게
Kick our blanket, make it balloon
담요를 차서 풍선처럼 만들자
Hiding inside I’ll blow all of my love to your lips
그 안에 숨어서 나의 모든 사랑을 네 입술로 불어넣어 줄거야
Love this quiet moment
이 조용한 순간을 사랑해
“Who would you save If your best mate and me are drowning”
“넌 나와 너랑 제일 친한 친구가 바다에 빠지면 누굴 구할거야?”
“I’ll save my friend Cause you’re like a monk seal”
“넌 바다표범 닮았으니까 내 친구 구할래 ㅋㅋ”
And you asked
그리고 너가 물었지
“I love you, how much can you love me?”
“사랑해, 너는 날 얼만큼 좋아할 수 있어?”
Emm.. just without thousand words And then i’ll say
음.. 천가지 단어보다는 그냥 말할게
I love ya I love ya
I love ya I love ya
I love ya I love ya
I love ya I love ya
사랑해
천가지 단어보다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는, 얼마나 좋은 고백인가? 광고의 스토리와 메시지에 아주 잘 어우러지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멜로디가 좋다고, 느낌이 좋다고 삽입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느껴졌다.
광고주와 기획, 제작자 모두가 잘 어우러졌을 때 좋은 광고는 분명히 탄생한다. 스토리텔링은 자칫 잘못 사용했을 때 반발을 일으키는 양날의 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작품이 나왔다는 점은 정말 좋은 현상이다.
다음 번에도 좋은 광고로 찾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