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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영 Dec 07. 2022

책읽고 글쓰기? 앎과 삶의 일치!

2022년, 신.구.의 업장 해소 첫해를 보낸 소감.

    연말이라 마음이 붕 떠서 그런지 요즘은 책도 제대로 안읽고 글도 제대로 안쓰고 있다. 그런데 다만 알게 된 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것만은 이전보다 조금 발전했다고 느낀다.


    반성은 내 삶이 나아지는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한다. 오로지 똑바로 보고, 듣고, 인식해서 행동과 말과 생각을 바꾸는 것 만이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신身 구口 의意 - 삼업의 업장을 해소해야 끝없는 윤회의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윤회? 죽어야 하는 것 아니야? 전생에 공주? 왕비나 장군이었거나.. 등 과 같은 신비주의 적인 것이 아니라 어제 한 실수를 오늘도 또 하고, 매번 같은 일로 성질내는 그런 패턴이 바로 윤회라는 것 ! 나는 어떤 인생을 윤회하고 있었나... 살펴보니 참 하찮고 어리석다. 반성보다는 쪽팔림ㅎ 이 먼저 느껴진다. 내 귀에만 시끄러운 소음에 짜증내고, 교통체증에 괜히 열받아 하며, 끼어들기를 하는 차는 절대 껴주지 않으며 빵빵거리는데다 거슬리는 일들과 인간들 때문에 좀 스트레스 받는다 싶으면 알콜기운의 도움을 받아 신경을 아예 차단시켜 버리고 넷플릭스 시청하며 잠들기 일쑤에 다음날 흐리멍텅한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옷을 만들고, 빵을 만들고... 자꾸 무언가를 만드는데 열중한 것 역시 보기싫은 감정과 인식을 그저 덮어버리고자 한 활동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022년, 올해 3월 부터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어쩌면 이런 업장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무의식의 강력한 무언가가 작동해서가 아닐까 싶다. 어제 밤, 제천의 물좋고 산좋은 곳에 딸과 단둘이 있으면서 술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딱히 이유 없이, 그저 정신이 흐려지는 것이 싫었다. 오늘 아침 청정한 머리로 개운하게 기상하는 그 기분은 평소의 100배로 상쾌했다. 그렇다고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닌데, 주 1-2 회정도? 다음날 숙취 없을 정도까지만 가볍게 (내 기준으로 가볍게 ㅋ) 마시는데도 말이다. 스트레스를 잊으려고 마시는 술은 가끔이고 요즘은 음식과의 궁합 ㅋ 을 즐기기위해 마시는 빈도가 더 높은데도 오늘은 무려 치킨을 띁으며 콜라와 물만 마셨다. 내일 중요한 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냉장고에 맥주가 가득 있는데도 불구하고 ! (치맥은 진리가 아니었나보다...)


    미쉘 푸코가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어느 곳에도 나는 있지 않다." 라고. 주체는 어디에도 있지 않고 오로지 행위만 있다는 뜻이라는데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고미숙 381쪽)... 서양 철학사에서 20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나온, 주체를 해체하는 이야기를 이미 2500년 전에 붓다는 "나는 결코 바라문도 아니고 왕자도 아닙니다. 나는 평민도 아니고 혹은 그 누구도 아닙니다." (쑨다리까 바라드와자의 경) 라고 설법 하셨다.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인 것이 아니고, 태어나면서 부터 고귀한 님인 것도 아니오.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행위에 의해서 고귀한 님도 되는 것이오" (천한 사람의 경) 역시, 나는 그 누구도 아니며 내 지위가 아니라 행위만이 나를 정의한다고 말이다.


    지금 시대에는 학력, 자산, 직업, 인기, 외모 같은 요소들이 예전의 계급과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위보다는 그 계급장을 따려고, 혹은 유지하려 열심히 노오력을 한다. 그래서 내 행동, 말,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의식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엇... 아닌가? 그러고 보니 행동, 말, 생각조차 계급장을 획득하는데 이용하려고 열심히 갈고 닦는다. '성공을 위한 확언', '부를 끌어당기는 생각', '리더의 말그릇' 류의 슬로건들, 숱한 자기계발서 제목들로도 아주 익숙하다. 그런데 그런 욕망이 드글드글한 의도로 갈고닦는 말과 행동이 '고귀한 님' 이 되게 하거나 힘겨운 하루하루 '윤회'의 사이클을 벗어나게 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더 깊은 고통의 사이클로 들어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욕망을 내려놓고 좀더 맑고 청정한 습관의 회로를 만들어 나가는 것만이 내 삶을 충만하게 해 준다는 것, 그 확신이 생긴 것이 10달째 어설프게 공부를 하며 획득한 가장 큰 수확이자 기쁨이다.


    일단은 술이 줄었고, 화도 줄었고, 자의식도 좀 덜었다. 업장 해소의 시작으로는 꽤 괜찮지 않은가?

10년 쯤 공부하면 무언가 조금은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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