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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 바른 토스트 Jan 10. 2024

알을 깨기 위한 투쟁은 실천하기 어렵다

[백수비망록 EP. 03] :: Easier said than done.

백수가 된 지 곧 한 달이 되어간다.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뻔히 보임에도 쉽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복잡한 머릿속과 심란한 마음은 밤의 고요함과 정적을 가득 채운다. 약 20일 전의 나는 분명 퇴사를 다짐하며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야겠다 다짐했더랬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아래와 같았다.


1. 이력서 업데이트 / 자기소개서 작성
2. UX 기획 (개선) 포트폴리오 제작
3. 브런치 글쓰기
4. 다양한 책 읽어보기
5. 영화 감상 후, 감상평 작성하기
6. 영어(회화) 공부


위 6가지의 체크리스트에서 내가 실행한 것은 1번과 3번 2가지 뿐이다. 이력서 업데이트와 자기소개서 작성의 경우, 그마저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워크넷에 필수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절차였기에 수행한 것일 뿐이었다. 재취업을 위해선 내가 어느 직군으로 이직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정해야 했는데, 이마저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웹 기획과 마케터 2가지의 이력서를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뚜렷한 목적과 목표가 없는 이력서를 작성해 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아닌,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또는 내가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이력서를 작성했다면 이런 아쉬움은 남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UX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하며 다음번 업데이트 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큼은 보다 진중하고 신중하게 작성하고 싶다.




브런치 글쓰기의 경우 목적은 명확했다.

1) 해결되지 못한 나의 월급과 퇴직금의 처리 과정 기록

2) 게으르지 않은 백수의 일상

3) 재취업을 위한 아등바등 노력의 과정 기록

4)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수단


인생 첫 예비(?) 장기 백수로서 보내는 기간 중 발생하게 될 이벤트들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또한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되든 글쓰기는 비즈니스 라이팅, 그리고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과 밀접하게 연관되기에 게을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행동한 것이 있어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실업급여 신청과 고용노동부 진정 외에는 딱히 '이랬습니다.'라고 적어 내려갈 행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벽 3~4시까지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 동영상을 보거나, 결말이 포함된 요약본 영화 리뷰들만 보다가 잠들기 바빴으니 말이다. 이는 재취업을 위한 노력의 행위도 아니었고, 바지런하게 하루를 보낸 백수의 일상에도 속하지 않았다. 게으르기만 한 일상은 딱히 길게 써내려갈 수 있는 글감이 아니었으니, 글쓰기를 할 수가 없었다.




by. 인스타 공백닷컴



일상 자체가 게을러지다 보니, 나머지 체크리스트는 자연스럽게 실행되지 못했다. 스크래치도 내지 못한 나의 알의 두께를 스스로 두껍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정말이지, 말이 쉽지 죽었다 깨어나도 어려운 것이 실천을 위한 행동인 것 같다. 머리와 마음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뭐라도 해야지. 재취업 안 할 거야? 언제까지 백수로 살려고?' 라며 끝없이 떠들어댄다. 이로 인해 생긴 조급증과 불안감은 새벽녘 과도한 아드레날린 분비로 인해 비정상적인 심박수로 돌아왔다. 내일은 기필코 책을 읽어야지,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내일은, 내일은.. 끝도 없이 내일만 찾아댔다.




불안은 결핍에서 오는 것 같다. 결국 이 결핍은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 주변에서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세요.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라며 아무리 떠들어내고, 좋은 자기 계발 서적을 읽어봤자 스스로 각성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쉴 수 있을 때 쉬어둬라, 이 때 아니면 언제 쉬어보겠냐' 하는 말의 기한은 나에게 있어 한 달까지인 것 같다. 뒤집혀버린 밤낮을 되찾고, 쓸데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부터 이별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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