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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 바른 토스트 May 14. 2024

[두 달 회고] 2024년 3월/4월 :: 뭘 한거지

다달이 회고하는 시간을 갖기로 다짐했으나, 이마저도 의욕을 상실해버려 뒤늦게나마 두 달치 회고를 한 번에 하고자한다.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는 일상에 적응이 되어가는 것을 어찌하면 좋을꼬.




Keep :: 무엇을 유지하면 좋을까? 


✔️ 여행하기 -일단 떠나보자

멀쩡한 내 집을 놔두고 본가에서 생활한지도 5개월이 넘어간다. 집구석탱이 이불 속에서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길 반복하며 미적지근하게 강아지가 나를 산책시킬 때나 백수로서 거금을 쏟아부은 PT를 받으러 헬스장을 오갈 때 빼고는 내 활동 반경은 고양이와 다를바 없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동생의 제안에 3월에는 당일치기 여행지로 제격인 춘천에 다녀왔다. 아침일찍 ITX를 타고 다녀온 춘천은 생각 외로 재미있는 여행지였다. 아침, 저녁 두 끼를 닭갈비를 먹고 포장해온 닭강정을 야식으로 먹어 그 날 우리가 먹은 닭만해도 4마리는 됐을 것이다. 4월에는 선거일에 맞춰 연차를 쓴 친구의 제안으로 안동과 경주를 다녀왔다. 안동과 경주는 이전에도 몇 번 다녀온 여행지었지만, 관점을 어느 곳에 두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큰 계획도 없이 그저 발이 닿는대로 걷다가 눈에 보이는 곳에서 먹고, 쉬며 억지스러운 대화 없이 편안한 여행을 했다.


- Like : 가족과 친구와 귀중한 시간을 나누며 오랜만에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긴장하거나 잡생각 없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

- Learned : 일단 집 밖으로 나가보면 생각하는 것보다 꽤나 재미있고,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 Lacked : 여행은 결국 돈이 들기에 나도모르게 불쑥불쑥 잔고를 확인하게 되었음 

- Loged for : 대한민국 전국 팔도를 구석구석 제대로 톺아보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되도록 시간과 통장잔고가 따라주는 한 여행에 쏟아부을 것



✔️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식단을 챙기는 것은 좋다

허리 디스크와 자세교정을 목적으로 PT를 시작했지만 이왕 한거 3~4kg는 빼보자 라는 마음을 먹었더랬다. 그러나 달고 다디단 아이스크림과 짜디짠 과자의 조합을 놓지 못한 나는 약 2개월 동안 운동 전 몸무게를 꾸준히 유지하며 건강하고 강인한 돼지가 되었다. 

먹는 양은 도무지 포기하지 못하겠어서 (사실 양도 중요하다.) 일단 클린하게라도 먹어보자 싶어 식단을 해보았다. 두부, 토마토, 가지, 통밀빵 등등 자연 식품을 요리해 먹고, 가공식품을 최대한 멀리했다. 요리라고 하기에는 조리에 가까운 수준의 음식들이었지만 기한 안에 식재료를 소비하기 위해 고민하고, 조리를하며 몸을 바지런히 움직이다보니 게을러질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다. 현재는 식단 챙기기가 많이 느슨해졌지만 간헐적으로라도 2주 이상 클린한 식단을 챙기는 것은 꼭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 Like :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즐거움이 큼. 이런저런 다양한 레시피를 찾아보며 따라 만드는 요리의 재미를 알게 됨

- Learned :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식단을 할 때의 먹는 양도 중요하다 (당연한 말씀). 또한 탄수화물은 운동 시 땔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완전히 끊으면 안된다.

- Lacked :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은 정말 어려움

- Loged for : 식재료니 뭐니 요즘 값이 안 오른 것이 없다보니, 물가 좀 내려가길.. 식단을 보다 빡세게 챙겨가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먹고싶을 땐 먹고싶은 것을 먹으며 즐겁게 식단을 챙길 것





Problem :: 무엇이 불편하고, 개선이 필요할까?

 


✔️ 또 다시 바뀐 밤낮 

여고추리반에 푹빠져 시즌 1, 2를 연달아 반복해서 시청했다. 어느 순간부터 8시에는 일어났던 기상시간이 슬슬 늦어지기 시작하더니 또 다시 밤낮이 바뀌어버렸다. 퇴사 후부터 수면, 기상 시간 문제는 고질적으로 꼽혀진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뒤바꾸기가 쉽지 않다. 격하게 운동을 하고 온 날에도 피곤하면 쓰러져 잠을 자야할텐데, 원채 잉여시간이 길어서인지 걱정이 배로 늘어서인지 새벽 4~6시 사이 잠에 들 때가 많다. 이 문제는 아직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힘을 빼도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고쳐야할지 모르겠다. 



✔️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는 만큼, 남은 실업급여 수령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마음이 구깃구깃해진다. 자존감은 자존감대로 다 갉아먹으며 결국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게 될까 스스로가 겁이난다. 자칫 섣부르게 이런 일을 하다가 또 쉽게 포기해버리면 어쩌나, 아직 제대로 손도 대지 않았으면서 지금 시작해도 되는게 맞나 하는 생각들이 덕지덕지 뒤덮는다. 


4월은 특히나 매일매일 눈을 뜨는게 두렵기까지 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무기력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 브런치나 유튜브에 보이는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조차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 빼고 다들 고연봉, 고소득자인 것 같다. 나 빼고 다들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차를 가진 것 같다. 연령별 저축, 소득구간을 보며 사회의 평균, 보통 속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비참하게 느껴진다. 그저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안되는걸까. 도태되고 실패한 시간으로 남는 것일까. 생각을 가위로 잘라내듯 툭 끊어버리고 싶다. 



✔️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 내일배움카드니 교육이니 영어공부니, 브런치에 써내려간 회고록 중 실행한 것이 없다. 나에게 문제가 있고, 개선점이 필요한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어디서부터 손을대면 좋을지 모르겠다. '브레이크가 고장났네요, 엔진오일을 갈아야겠네요.' 처럼 고장난 부분을 고치고 교체해버리면 단번에 해결되는 것이라면 좋으련만. 뒤엉키고 뒤틀려버린 심신은 스스로도 헤아리기가 참 어렵다.




Try :: 무엇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 스스로를 톺아보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할 때 시간가는 줄 몰라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질색팔색하며 싫어하고 견디지 못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해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무언가를 공부한다고 해서 해결되고 즐거워할 것 같지 않다. 그저 이 시간을 물 흐르듯 흘려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누군가는 '너 참 이 나이먹고 참 생각없이 산다.' 고 헐뜯을 수 있겠지만, 또 언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며 출퇴근하고, 매일 과업에 시달리지 않는 시간을 보내볼 수 있을까 싶다. 







무엇이 맞는걸까.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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