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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담낭이
Mar 18. 2024
노력은 운을 이길 수 없다
당신이 이뤄낸 것들은 모두 운이 좋아서다
몇 년 전 코로나 시기, 주식과 부동산과 코인이 날뛰던 그 시기에 유난히도 그런 류의 사람들이 많았다.
근로 소득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투자 소득으로 부자가 되어야 한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이러한 노력과 공부를 했고, 그것을 잡아서 수백억 부자가 되었다.
언제까지 남을 위해 일을 할 텐가.
그리고 그들이 말했던 결론은,
나와 함께 내가 했던 투자 공부를 해서 (혹은 나의 펀드나 강의나 책을 사서) 나처럼 부자가 되자.
이런 식이었다.
투자 소득, 근로 소득 등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절부터 내려오던 류의
전체적인 맥락에 대해서는
언제나
심히
공감하는
바임에도
그들이 떠들어 대는 내용이 썩 기분 좋지 않았던 이유는,
결국 그
수단과
결론이
내가 아닌
그들
만
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다는 점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들의 주장이 기분 나쁨 보다 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이뤄낸 성공이 모두 그들의 노력 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떠들어 댄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 내용은 꼭 이런 투자 분야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성공 팔이' 들에게서 흔히들 나타나는 현상이다.
누군가에게 본인의 '성공'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그 성공의 이유가 '운'이 좋아서라고 한다면 누가 그 성공 방법을 사려고 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성공은 절대 '운'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살다 보면, 사실 나의 대부분의 성취는 나의 노력보다도 나를 둘러쌓고 있는 '운' 때문이라는 사실이
지독히도 느껴질 때가 있다.
다만, 인간은 그 성취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어쨌든 들인 노력들이 있기 때문에,
자꾸 그 '운'의 일부분마저도 나의 노력으로 치환되어 생각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나의 대부분의 성취는, 그저 운이 좋아서 이뤄진 거라고.
내가 미국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한 번은 연구실 후배들이 나에게 '미국 회사로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 등에 대해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나는 딱히 그런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운 좋게,
SK 하이닉스를 가려다 삼성전자로 취업을 했고,
2022년 당시 애플이 퀄컴 인력들을 많이 빼내가는 바람에 퀄컴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전과 달리 코로나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 등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도 인력을 채용했고,
퀄컴 팀의 한 엔지니어 분께서 신규 인력 채용 기회를 자신의 전 직장인 삼성에 있는 분에게 전달했는데,
그분이 마침 내가 속해있는 파트였고, 나와 박사 기간을 우연히 2년 정도 같이 보냈으며,
그렇게 알게 된 그 해외 취업 기회가 알고 보니 내가 삼성에서 맡고 있는(몇 번이나
바뀔
뻔했던)
분야였다.
그래서
그냥
한번
지원해
보았는데,
그
기회를
운
좋게
잡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이게 내가 미국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이유였다.
그래도 애써 시간을 내어 나에게 물어본 그 친구들에게
"그냥
운
좋아서
합격한 거야"라고
말하기
좀
뭐해서,
적어도 그 친구들이 궁금해할 미국 취업을 위한 신분 문제라던지,
미국 회사 면접 혹은 미국 회사 연봉 같은 실질적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아는 선에서 열심히 답변해 주긴 했지만,
나는 아직도 사실 미국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 따위는 전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미국
회사에
취업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신분 문제, 회사의 상황, 업계의 분위기, 미국 경제 등...
실제로
내
능력
이외의
요소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도 미국에서 내가 일할 수 있게 된 이 기가 막힌 운에 대한 깊은 감사함이 있다.
어쩌면 괜히 커리어 멘토링이라는 걸 굳이 시간 들여하는 이유도,
이 감사함에 대한 일종의 채무 이행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어쩌면 그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운을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말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말을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항상 하는 이유는,
어떤 성취는 '준비'를 위한 노력과, '기회'가 오기 위한 운이 필요하다는 그들의 경험적 서사였으리라.
그럼에도, 이 노력이라는 것은 운이 찾아오지 않으면 절대로 발화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은 운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이 운이 지지리도 없는 사람은, 그 성취가 끝끝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사실인 것을.
그럼에도 이 글은 어차피 이뤄지는 건 운이니까 대충 살자는 취지의 글은 아니다.
때로는 이 운이라는 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오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만들어 낸 노력에서 피어나기도 하니까.
그래서 딱 그 정도의 스탠스가 좋은 것 같다.
나의 실패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나의 성공은 나의 기가 막힌 운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셀링 포인트 없는 매력적이지 않은 스토리일지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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