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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Dec 31. 2023

좋은 선택은 없다, 좋은 결과만 있을 뿐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멘토링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오픈 카카오톡 방으로 잊을만하면 한 번씩, 진로 상담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중, 최근에 연락온 친구가 매우 기억에 남았는데, 수능이 끝난 고3 학생이었다.

반도체 관련 학과를 위한 대학 결정을 해야 하는 고민을 하다가 나에게 상담을 한 것이었는데,

정말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좋겠다"라고 말하기 힘든 두 선택지 중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 질문에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학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고, 어느 대학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대학을 결정한다는 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각 선택의 장점들이 명확했고 어떤 선택을 하던, 그 선택의 결과가 명확한 선택지 들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커리어 상담을 해주며 답을 주었던 케이스들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고민했던 케이스였던 것 같다.

결국, 그 친구가 잘 선택했을 테지만 말이다.



나와 함께 대학원 박사를 졸업한 형이 있었다.

우리 둘은 모두 졸업 후 삼성전자에 취업했지만, 그 형은 1년도 되지 않아 교수의 꿈을 안고,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교의 교수가 된 형이었다.


최근 우연찮은 기회로, 그 형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담낭아, 나 내년 2월까지만 교수하고 그만둬"

"내년에 인천 쪽에 내 모교 교수로 채용이 되어서 옮길 것 같아"

"5급 공무원 직은 사라지게 되었지만, 더 좋은 지역에서 좋은 학교에서 근무하게 될 것 같아"

"잘한 선택이겠지?"


그리고 나는 짧게 대답해 주었다.


이 세상에 좋은 선택은 없어요, 좋은 결과만 있을 뿐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계속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 선택이 옳을지, 그렇지 않을지 고민하게 되고,

각자의 이유와 근거로 선택하게 된다.


어쩔 때는,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그 선택을 곱씹으며 과거를 추억하기도 한다.


나도 작년 미국행을 결정하던 순간부터, 미국에 오고 나서도 여러 일을 겪으며 크고 작은 결정의 순간에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의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을 꼭 떠올리곤 한다.


"만약 어떤 선택의 순간에 대해서 네가 1주일 이상 고민을 하게 된다면, 그 고민의 무게는 사실 같은 거야."

"어떤 선택을 하던,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한 기댓값은 같겠지"

"중요한 건, 그 선택 후에 네가 어떻게 하느냐일 거야."


막상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쩌면 뻔하디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나는 교수님의 이 말이 내가 항상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아주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어떤 선택을 하던, 내가 잘하기만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야.

좋은 선택 보다, 선택 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에 집중하자.


그래서, 이런 선택의 순간에서, 결정하기 힘들 때, 나는 그냥 내 마음이 조금 더 가는 쪽을 택했다.


미국행을 결정했을 때도 그랬다.

미국에서의 삶을 사는 것과 한국에서 삶을 사는 것 간의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고,

어떤 한 선택을 내 마음속에 더 두는 순간, 갖지 못하게 될 다른 선택의 장점이 더 눈에 밟히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순간 결국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내 감정 소모만 더 심해졌다.


그래서 그냥, 나는 내가 좀 더 멋있어 보이는 선택지를 했다.

"미국에서 일하는 반도체 개발자? 와 멋있다"


그냥 그게 내 선택의 이유의 모든 것이었다.

어차피 두 선택지 모두 다 장, 단점이 있기에, 더 내 마음이 가는, 

어찌 보면 되게 유치한 이유로 결정을 한 것이다.


가끔은 한국에서 하던 것들을 미국에서 하지 못할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미국에 올 수 있었던 기회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한국에서 똑같이 후회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래서 그냥, 묵묵히 미국을 선택한 후의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회사 성취, 화목한 가족 관계... 등 내가 가지고 싶었던 가치들에서.

(그래도 여전히 한 번씩 한국의 여러 맛집이 그리울 땐 좀 서글프긴 하다)




갑자기 이런 뻔한 선택의 글을 쓰게 된 것은, 

또 나에게 다가오게 될지도 모르는 어떤 선택의 순간을 대비하기 위한 예방책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항상 돌이켜 보면, 이 선택의 순간은 늘 설레었다.

이 선택으로 나의 인생이 또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상상할 수 있는 좋은 순간이 아닌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내가 교수님께 배웠던 인생에서의 작은 진리를 이 글을 통해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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