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선생님을 만나러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도망치듯 선생님과의 레슨을 그만두고 약 7년 만에 처음 뵙는 자리.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읽던 책을 덮었다.
우리집에서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역으로 가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 것이다. 신도림역은 추억이 많은 곳이다. 노래를 시작하고부터 대략 2년 동안 레슨을 받았던 곳이라 남다르게 다가온다. 신도림역이 다가오니 신도림역 하행선 플랫폼에 있던 토스트 가게, 신도림역에서 사이비 신자에게 붙잡혀 따라갔던 기억, 그 모든 것이 추억 저 편에 남아 나를 불렀다.
가장 행복했고 또 한편으로 불행했던 열아홉의 나는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며 신도림역을 거닐었다. 26살의 나는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하고 되물으며 2호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돌고 돌아 다시 마주한 음악에 대한 열망을 나는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붙잡아야 할까, 흘려보내야 할까. 홍대입구역으로 가기 위해 신도림역을 환승하여 지나쳐왔듯 이 생각을 그저 지나가게 내버려두어야 할까.
오늘의 약속은 줄곧 외면해왔던 마음을 위해 끌어모은 용기다. 선생님과의 대화를 갈무리하고 나면 음악이라는 이 역을 지나갈지 멈출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열차는 승강장을 곧 떠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