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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선후 Mar 18. 2024

1000회 공연의 감동

시작에서 영원한 빛으로 -2024년 3월16일 향토문화회관


주말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날은 노곤해지고 몸은 움직이기 싫었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1000회 공연이 있다고 들었다. 가고는 싶었지만 

그냥 집에서 밀린 원고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1000회 공연 알림이 또 한 번 

울렸다. 천이라는 숫자가 가벼운 숫자도 아니기에 시간 맞춰 집을 나섰다.

공연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신과 무당> 백광식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김경호 예술단장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무대는 화려했다.  첫무대는 <광대가. 조선 말기 신재효가 지은 단편가사를  판소리로 불렀다. 다음은 박동매 선생의 굵고 애잔한 육자배로 소리로 <어매아리랑>. 전라도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시간의 질곡이 그대로 소리로 뱉어내었다. 역시 계면조 육자배기의 젓갈맛이 났다.

<천궁> 천궁은 화려했다. 어제와 오늘,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복을 빌어주는 소리로 씻김굿에 새로운 창작의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북을 중심으로 꽹과리, 징, 장구의 소리가 산들바람이 허공을 뚫고 지나가는 듯 고요속에 퍼졌다. 균형있는 소리였다. 아직도 가슴에 북소리가 울린다. 과하지 않는 중심의 무게. 그것이 느껴졌다. 

다음은 <진도북놀이 합무>, <아퀴, 타악 퍼포먼스>, <태평소 시나위>,<현해탄 너머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소포걸군농악>으로 마지막 무대는 출연자들이 밖으로 나와 대동놀이를 신나게 풀었다.


1000회 답게 단원들의 연주는 어느 때보다 화려했고, 있는 기량을 쏟아 붓듯 연주는 좋았다. 좋은 공연은 흥을 덤으로 얻는다.  원고에 시달려 힘들었는데 모처럼 좋은 공연으로 기운을 얻는다. 

우리 전통 소리는 이렇듯 아름다웠다. 소리자리는 사람들에게 흥을 주고, 고를 풀어주는 덕을 베푸는 자리다. 

이 자리가 앞으로 오래, 세계로 이어지길 소원한다. 


*글 사진: 채선후 

본 촬영은 관계자의 허락을 받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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