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받는 최적의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물론 현재는 ‘간병’이 전혀 필요 없다. 감사하게도 아직은 건강한 편이다. 약에 도움받지 않으면서 비교적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이 모든 시스템이 무너질지 알 수 없는 게 중년 이후의 인간의 몸이기에 심장이 멈추는 그날까지 이러한 질서를 유지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되더라도 그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가벼운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즉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것이다. 중년에 이르면서 과체중으로 10년을 살아오다가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약간 서글프다. 과체중이어도 운동을 꾸준히 한 것은 오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 떠나기 전까지 최대한 내 몸을 스스로 운신하면서 살기 위해서였다.
부모님은 고령이 되어서 세상을 떠나셨지만 자리 보전하거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사셨다. 칠순이 넘어서면서 대부분의 노쇠해진 부모님처럼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을 것’을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걱정을 하셨다. 하지만 뜻처럼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노화와 질병인 까닭에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죽음’ 자체보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든든히 곁을 지켜주실 때는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이다. 내가 건강한 것은 당연한 거고, 부모님도 언제나 내 옆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시절에는 살이 찌면서 몸이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것은 단지 내 문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언젠가 간병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면 나의 과체중은 누군가의 불편과 수고가 배가되는 문제이다.
지나친 걱정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오랜 간병을 해보지 않았어도 간병의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폐를 덜 끼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게 최선이지만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저 말초적인 미각을 만족하기 위해 몸이 병들고 살찌는 음식을 계속 먹는 것은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유전적인 결함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태어나서 현재까지 무탈하게 살아왔는데 아무렇게나 먹고, 운동을 게을리해서 중년 이후 질병을 장착하면서 살아간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 탓이다.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적어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영역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것이 체중감량을 시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