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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며

어느덧 2025년의 마지막 달

by Rosary

중장년층에게는 매우 익숙한 작품 『마지막 잎새』는 미국의 유명작가 O. 헨리가 1905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을 각 잡고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담장에 있는 담쟁이덩굴잎을 보면서 그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불치병에 걸린 여자를 위해 이웃에 사는 화가 지망생이 담장에 사실적인 담쟁이 잎을 그려 넣었고, 여자는 심한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기력을 되찾았다는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비바람을 맞으며 밤을 새워 그림을 그린 화가는 폐렴에 걸려 죽고 말았다는 슬픈 반전은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역시 괴로운 현실을 견디고 버티게 하는 건 “희망”이라는 교훈을 가슴속에 담고 훈훈하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새드 엔딩보다는 해피 엔딩을 좋아하니까.


작년 11월 27일에는 첫눈치고 꽤 많은 눈이 왔었는데 올해는 아직 첫눈 구경을 못한 채 12월을 맞이해서 달력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2025년의 열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어느새 딱 한 달만 남았다니... 어느 순간부터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울리고 새해를 맞이한 후, 다시 또 그 섣달그믐이 되는 시간이 점프컷처럼 빠르게 뛰어넘어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떠오르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웃으며 접했던 젊은 날은 가고, 어느새 여전히 우물쭈물하고 있는 희끗해진 머리와 주름진 얼굴의 자신을 바라보면 그의 촌철살인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걸출하고 94세에 작고하기까지 문학계에 발자취를 남긴 이가 이런 말을 남겼는데 평범한 갑남을녀들이야 오죽할까. 불안한 노후를 대비한 자금은커녕, 하고 있는 일조차 불안하기 짝이 없어 하루하루 겨우 살아내고 있는 현실을 비춰보면 한심하기만 한데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쏜살같이 날아가고 있다.

1982.jpg 온통 일본 스타일로 가득 찼던 <블레이드 러너. 1982> 속 미래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리들리 스콧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이었던 2019년도 어느새 지나버리고 한 달 후면 2026년이라니… 아직 인간과 복제인간의 구분이 힘들어진 세상이 아니라 다행스럽긴 해도 어린 시절 생각했던 까마득한 미래를 지금 살고 있다니 가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 흘렀다. 한 달만 지나면 2025년도 과거가 될 텐데 올해는 내게 어떤 해였다고 기억될까.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차분히 정리하는 12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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