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좋았던 새벽
그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파자마파티를 하는 날이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 침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그 순간 느껴지는 모든 것이 좋았다. 서로 바짝 붙어 앉아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반쯤 열어놓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 푹신한 이불에서 나는 좋은 향기. 거실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강아지의 챱챱거리는 발소리. 3년간 매일같이 이야기했는데도 아직 못다 한 얘기가 그렇게 많이 남아있었나 보다. 이야기하다 울기도 했는데, 10초 지나고 나니 내가 방금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잊어달라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 친구가,
“그게 새벽감성이야.”
이런 게 새벽 감성인가? 서로가 재잘재잘 털어놓은 말들이 뭉게구름이 되어 창밖을 빠져나간다. 몇 시간 동안 얘기했는데 막상 떠올리자니 생각나는 것들은 얼마 없다. 그럼에도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 깔깔거리던 순간들이 정말 행복했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또 잠은 안 오는 새벽감성을 처음으로 맛보게 해 준 친구들. 내가 앞으로 살아가며 너희 같은 친구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진정으로 궁금하다. 그렇게 거의 아침이 되어서야 강아지가 또다시 챱챱거리며 돌아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