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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희 Dec 08. 2022

예쁜 이웃 소녀 몰리(Molly)의 눈물

임순 씨의 이웃 사랑 2

며칠 동안 겨울을 부르는 늦가을의 우중충한  비가  흩뿌리더니 모처럼 파란 하늘과 밝은 햇살이 가득한  화창한 날씨다.

오랫동안 기르던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우울했던 기분이  부드러운 가을  햇살과 파란 하늘 덕에  좀 밝아져서 청소나 좀 해볼까 하고 창을 열었다.


2층 창을 여니 마당 구석에서 옆집 아이  몰리가 울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몰리, 너 괜찮니?"하고 걱정스럽게 묻자 숨죽여 울던 몰리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걱정이 돼서 청소를 하려다 말고 몰리네 마당으로 갔다. 얼마나 울었는지  몰리의  눈이 퉁퉁 부어있다.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와 예쁜 갈색 눈을 가진  착한 소녀 몰리의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몰리가 우는 이유는 묻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아빠가 또 심한 말 했니?"하고 묻자 우느라 대답도 잘 못한다.


요즘 몰리 아빠는 점점 성격이 괴팍해지는 것 같다. 나름 마리화나 피우는 것을 자제하려 애쓰다 보니 더 예민해지고 까칠해지는 모양이다. 13살부터 피운 마리화나 끊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친 다리로 서두르다 넘어져 이번에는 엉덩뼈가 금이 가서 수술을 해야 했으니 그 괴로움이 클 것이다.

엄청난 비용의 병원비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착한 딸 몰리에게 풀어대니 겨우 16살 어린 몰리는 또 얼마나 감당하기 힘들까 싶다.

간신히 울음을 그친 몰리가

"아빠가  이불과 카펫에... 설사약을 많이 먹지 말라고 해도 너무 많이 먹더니...." 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며칠 전 수술했다는 소식을 듣고 굶고 있을 것 같아 음식을 해서 들고 몰리네 갔더니. 그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 때문에 힘든지  퉁퉁거리며 우는 소리를 해댔던 게 기억이 났다. 

수술 후 화장실 가기가 힘들어 참았더니 지독한 변비가 걸렸다고 해서 상세히 들어보니 병원 가서 해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병원에 당장 가야 해." 하자

 "돈이 없어요." 한다. 미국의 비싼 병원비가 심각한 상태의 환자조차 병원 가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가슴 아팠다. 그래서 "내가 관장을 도와줄게. 이웃이 아니고 70 넘은 늙은 간호사라고 생각해." 하며  병원 근무할 때 늘 하던 대로 라텍스 장갑을 끼고 화장실로 부르니

 "미쳤어요? 죽었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해요." 하며 바지춤을 잡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결국 견디다 못해 설사약을 마구 먹어 이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 그나마 신체에 문제가 안 생기기고 이렇게 해결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몰리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니 지독한 냄새와 함께 처참한 꼴이 환한 햇살 아래 남김없이 드러나 있다.

몰리가 나름 치운다고 치운 것이 저 정도니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안녕하세요, 임순?"이혼하고 떠난 몰리 엄마가 어느새 와서 인사를 한다. 몰리가 감당을 못해서 엄마를 불렀나 보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상황에서 실수한 것이 부끄러운지 몰리 아빠는

" 네 엄마 왜 불렀어?" 하며 이혼한 아내에게 이런 모습을 들킨 게  못마땅한 지 성질만 부리고 있다. 그녀와 몰리와 힘을 합쳐 집을  치우고 세탁기를 돌린 후 두 사람을 집으로 데려와 따뜻한 차와 머핀을 대접하니 두 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울기만 한다.

몰리 엄마는 이미 다른 사람이랑 재혼을 했고 몰리가 성인이 될 때까지 가끔 왔다 갔다 하며 딸을 챙기고 있다.

그동안 그녀는 올 때마다 우리 집에 들러서 딸이 불쌍하다며 한 참을 울고 가곤 했다.


"임순, 14년을 함께 산 나도 막말과 폭력적인 괴팍한 성격을 못 이겨 그를 떠났는데 가족처럼 보살펴주는 이유가 뭐예요?"몰리 엄마가 눈물을 훔치고 말간 눈으로 그런 인간이 뭐가 예뻐서 계속  음식도 해다 나르고 치료도 돕는지 궁금해한다.

"16년이나 이웃에 살았는데 그럼 모르는척해요?"하고 웃으니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코리안 스타일이에요. 한국에서는 이웃도 사촌처럼 생각한답니다."하고 대답하니 어리둥절해하며 "사촌이요?" 한다.

"아프리카 같은 다른 먼 나라  사람들을  돕기도 하는데  차라리 이웃에게 조금 힘을 보탤 수 있음 낫지요."하고 웃었다.

 그녀가 '이웃사촌'을 이해를 하든 말든 속으로 '내 맘이다 ' 하고는 두 모녀를 다독이느라 오늘  우리 집 청소는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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