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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Mar 19. 2024

불안을 낮추는 은유와 치환의 힘

문학 소녀가 되어야 하는 이유 

우리의 평정심을 흔드는 두려움과 근심의 원천은 무엇일까?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릴 때, 익숙하지 않은 것을 대면했을 때, 대상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과거에 나쁜 기억이 반복될 때 등 


마치 가라앉은 흙탕물에  파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많은 상황들이 근저에 있는 불안감을 불러온다. 


불안을 이기는 사람은 내적 심연에서 요동치는 것을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지하면서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달리 생각하면, 길게 보면, 지나고 보면 별 문제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순간 나의 심기를 건드려 평정심을 흐트러 놓는다.  


따라서 불안의 원인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심연에 가라앉아 있어 인지하지 못했던 흙탕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원인을 나에게서 찾지 않고 외부의 적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외부의 원인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불안해지게 된다. 또한 불안은 나도 모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내 안에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불안의 근저는 기억이 없을 때부터 보고 듣고 당해왔던 것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 가계에 흐르는 것일 수 있고 우리의 세포가 기억을 가지는 때부터 내재화된 시스템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을  인지 심리학에서는 자동 반응이라고 하는데 외적 자극에 의한 우리 마음의 무의식적 경향성을 말한다. 


어떤 사건이나 정보가 우리 감각이나 인식체계에 도달하면 우리는 그것을 판단하게 되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 익숙하지 않은 대상, 과거의 좋지 않았던 경험과  연결되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그것에 대한 심상을 시스템적으로 처리한다. 즉 도전으로 보거나 혹은 불안에 휩싸인다.

 

그러니 이 불안이라는 것을 만드는 주체는 나 자신이며 따라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내 안을 들여다보기를 회피하는 것 자체가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이라고 눈을 감아버리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주체적인 사람이라면 모든 문제를 내 안에서, 나와 상관하여 들여다보고 해석하여 해법을 찾고자 할 것이다. 나의 영향력을 벗어난 외부에 원인을 돌리게 되면 미지의 것에 대한 불안에 공황에 빠지기까지 한다.

 

따라서 불안을 직시한다면 그것이 단지 내 안의 반응체계일 뿐임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불안의 요소들을 볼 수 있고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용기가 생긴다. 


이러한 자동 반응체계를 컨트롤하는 능력은 내적 유연함에서 온다. 불안함은 나와 나 외의 것을 이분법적으로, 호불호를 명확히 하며, 적군과 아군을 갈라놓아 전쟁을 벌인다. 내 안에서는 선전포고를 하고 극단적 사고에 이르게 한다.  


반면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를 넘는, 경계가 없는, 경계를 희미하게 볼 수 있는 능력, 유연함은 적응력을 가져온다.  







결국 자동적 반응 체계의 건강함은 문제를 보는 유연한 시각에 좌우한다. 독서를 많이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삶은 이야기로 되어 있다. 문학적 감수성과 그것이 삶에 녹아 있는 사람은 사고가 유연하다.  비극적 이야기 혹은 도전으로 극복하는 이야기..  다양한 이야기를 접한 사람은 삶의 은유나 치환을 이해한다. 고통과 절망, 불안과 방황에도 이면의 의미를 볼 수 있다. 문제를 새롭게 보는 눈이 있고 시스템의 한쪽으로 치우쳐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않는다.   


문학적 감수성은 이야기와 우리 삶의 경계를 허문다. 이야기는 우리 삶에 투영된다. 우리 불안의 근원인 생과 사를 허물고 행복과 불행의 이분법을 타파하며 적군과 아군의 경계를 허문다. 내가 공감한 이야기를 나의 삶과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다면 생각과 행동에 유연함과 적응력을 가지게 된다. 


이분법과 선입관 통념의 벽으로 견고하게 쌓아 올린 자동 반응 체계의 담장을 허물고 모든 극과 극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진리, 나와 세상과의 경직된 경계를 흐리게 해야 한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인생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환경은 작품을 풍성하게 하는 소재가 될 뿐이다. 외적 조건들은 주인공의 능력을 발휘하는 설정일 뿐임을 이해한다.   


우리는 문학소녀가 되어야 한다.  우선 자기만의 방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읽어내야 한다.

근원 모를 불안은 차츰 동력이 될 것이고 나는 모든 주인공들의 도움으로 나만의 장르를 쓸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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