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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see Apr 02. 2024

빨간 충전불은 없었다

40대 회사원의 이야기  - 2. 그 후 일 년

회사 생활 이야기 : 2. 그 후 일 년. 





'어라? 충전이 되지 않고 있었네. 이런'

하루종일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퇴근할 무렵 다시 돌아온 책상 앞


무선 충전기 위에 '훅~' 

하고 핸드폰을 던져놓고 갔다 왔는데

100프로 빠방 하게 충전되어 있어야 핸드폰...

 아직 그대로 20%이다.


'어라 무선 충전기가 고장인가?'

퇴근해야 하는데 맘은 조급해지고..

자세히 보니 빨간 충전 표시등이 꺼져있다.

세상 바쁘다고 막 올려놓고 간 기계는 위치를 잡지 못해서 충전이 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서 나의 경력처럼 느껴졌다.

나 이곳에서 충전되지 않고 있었던 걸까?




평균이란

같은 집단에서의 중간값을 가지는 수를 말한다.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은 중간 값.

뒤쳐지지도 않고 뛰어나지도 않은  마지노선을 지켜가며 살아온 내게 지난 1년간은 이래 저래 애를 쓰며 발버둥 쳐봤다.


우선은!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수 있었던 벳남 여행도 다녀왔고

애써 무뎌지고자 조금이라도 밝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극 E의 성향은 아니더라도 I의 성향이 아닌 척

우선은 웃어보고~ 뒤에 가서 구시렁구시렁 되었다.


감사하게도(!)

일로 잊으라는 배려인지 일에 허덕이다 보니

시간은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또 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열심히 해도 영어를 잘 못하고 잘 나서지 못하는 성격은 그대로...3월이 가까워 오면 이야기의 주제는 "진급"으로 선회를 한다.






동료 D씨 : 야 너 아직 진급 못했어?

..... (인상이 팍 찌푸려짐.)

동료 E씨 : 야 재 아직 못했잖아. 괜한 거 물어보지 마.

동료 D씨:  쏴리~ 되면 술 사는 거 잊지 마~


상사 F씨: 야 너 똥차라며?

네?.. 소형차를 끌고 다니긴 하는데 아직 똥차 정도는 아닌데요.. 3만 km 밖에 안 탔는데..

에이 그거 말고 , 여기 부서에서 제일 오래 진급 못했다며.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

 ...


잊고 살만해질 때쯤이면 후벼 파는 한 마디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 아직 진급 못했구나'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다 내 능력이 안 돼서 그런 거니

하면서 마음을 달래 보지만 '욱'하고 올라올 때는 술만 퍼먹었다.  





어느 날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급한 동기들, 후배 보다 얼마를 못 받는 거지?

한 달에 자 만원이라 치고 1년이면 12만 원, 그걸 3년을 못했으니 36만 원..' 

후우~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가을에는 열심히 일해야 내년을 기대할 수 있고 

겨울에는 성과를 내야 내년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봄에는 작년 한 해의 성과가 결정되었지만 태도가 중요한 거라고 하고.


언제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어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서 자꾸 감정을 소모하게 되니까 세상만사가 다 불편하게 보다.


똥차를 경험했던 선배. 나지막이 내뱉는다.

"그땐 참고 살아보려 하니까 더 힘들더라" 

 한 마디가 마음속에 '쿡'하고 와서 '퍽' 하고 박힌다.  





이윽고 발표는 났다.

4년 뒤처졌지만 간당간당 하게 턱걸이를 해서 진급을 명 받았다.


올해 내가 변했던 부분 : 없다

작년과 다른 나의 모습은 : 없다


그저 연차가 쌓여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음었을까?

나를 방출할 수 없음에 또 누군가의 자리를 밟고 올라선 건 아닐까?

진급하면 그래도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그냥 마음이 허한 기분은 변하지 않는다. 늦은 건 변하지 않으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또 그저 그대로 두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또 일을 한다.

이곳은 그래도 꿈꿔야 하는 , 꿈꿀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이기에 나는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버티는 게 직장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연 이곳에서 나의 경력은 충전이 되고 있었던 걸까?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엄한 곳을 헤매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이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걸까?

내 삶의 100프로 충전은 언제쯤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오늘도 살아내 버텨내 본다.


"그저 살아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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