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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see Mar 25. 2024

오늘 아침 출근 가방이 너무 무겁다

40대 회사원의 이야기  - 1. 진급 누락

회사 생활 이야기 : 1. 진급 누락.




이른 새벽 

평소와 다르지 않게 후다다닥 출근 준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증의 출근 가방을 "턱~억" 하고

어깨에 짊어졌는데

'어랏'

어제 퇴근길과 다르게 엄청 무거워진 것 같다.


분!명!히 어제 퇴근한 그대로 던져 놨었고

회사에서 지급한 노트북 + 회사에서 준 사원증만이 들어 있을 뿐인데...

밤 사이에 노트북이 무거워진 것도 아니고, 누군가 돌덩어리를 넣은 것도 아닌데..

어제와 다름없는 새벽 아침이었지만

 내 어깨에 천근만근을 올려놓은 것 같다.


이상하다.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 걸까?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어제 퇴근 때는 괜찮았었는데..  느껴지는

출근길 가방의 무게.

무엇 때문일까?



1년 전

상사 B 씨: "그러게 좀 잘하지 그랬어. 너무 실망하지는 마.  인생이 다 그런 거야.

위층에도 진급 못한 사람들 많아. 우리 부서가 진급을 다 잘해서 그렇지.  그렇다고 네가 아직 꼴찌는 아니잖아. 기운 내"


동료 C씨 : 했지 했지? 언제 한턱 쏘는 거야? 거하게 한잔 해야지?


어디선가 이 상황을 겪어 본 것 같은데...

작년의 기억을 떠올려 볼까?

2022년  

2년 전

상사 A 씨: "이번에도 진급이 어렵게 되었어.

아무래도 사장님이 이번에는 저 영어 잘하는 대리님 후배를 밀어주자고 하네.

올해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서 한번 파이팅 해보자고. "


기억도 나지 않는 3년 전

2년 전과 동일한 상사 A 씨 :  "코로나로 회사가 어려워서 진급 인원이 얼마 안 되네.

전무님이 이번에는 나이를 보고 결정하셔서 아쉽게 되었네.  아직 젊으니까 기회가

있을 거야. 파이팅 하자고. 그저 1~2년 늦는 게 인생에서 크지 않아.  "




몇 번째 겪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입사 동기들은 몇 년씩 앞서가고..

후배도 날 앞질러 가버리고  정확히 말하면

내가 평균에 뒤처질 뿐 그들이 빠른 건 아니다.


한 해는 회사가 어렵고, 한 해는 내가 아직 젊은 편이라, 한 해는 운이 없어서, 또 한 해는 성과를 못 내서

나는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는데 평가 기준은 매년 바뀌고 매번 밀리는 결과는 동일하다.


멘털이 부서질 때로 부서졌다 생각했고

무뎌질 만큼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지금처럼 진급 발표가 끝나고 결과가 실망스러울 때면..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다독여본다. 하나 속으로는 노트북을 어디다가 내던져버리고 싶다.

그리고 무겁지 않게 아무것도 없는 가방을 메고 보란 듯이 괜찮은 척하며 출근을 하고 싶기도 하다.


불면증을 겪고, 위경련을 겪어도 그래도 난 괜찮은 척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진급하셨죠? " 란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거울을 보면 "다음에 기회가 있겠죠"  애써 웃음 짓는 연습을 해 본다.


지금은 미안해지만

조금 지나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모든 상황이 너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조언하는 사람 앞에서


'저러고 싶을까'란 생각도 들고 화도 나고 ..

그러다가 정말 내가 무엇을 잘 못 하고 있나 자책도 해본다.  영어도 학벌도 , 그리고 모든 회사 이벤트에 먼저 나서서 활발하게 재미있게 하지 못하는

E성향이 아닌 나를 결국 탓하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진급이 결정되는 매해 3월은 기쁨과 슬픔에 달이다.  매번 슬픔이 더 많았던 달이긴 하다.

한몇 달은 가방이 계속 계속 무거워져 갈 텐데

그저...

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길 빈다.  


아무 일도 하기 싫어지는 데

배운 게 인내뿐이어서 박차고 나가지도 못하고

그저 또 버터야 할 뿐. 저 공수표 남발하는 얄미운 얼굴을 마주하면서 또 웃어내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일로써 잊으라는 걸까? 진급도 못했는데 또 어마어마한 일거리를 부여받는다.

"내년에는 해야지" 라고 하면서..  마음에서는 '그래봐야 내년에 또 어떤 핑계를 되실까'

그러면서 미련한 건지 잘 삼켜내는 건지 주어진 일을 또 꾸역꾸역 하고 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희망을 갖는다기 보다는 그저 또 하루를 버틸 뿐.


어떤 이유로든 어떤 상황이든

오늘을 버텨내시는 이 세상 모든 직장인들에게 쉽지 않은 하루 고생하셨다고

소리 없이 마음으로 진심의 응원을 보내본다.


"다 끝에 가면 만나게 되어 있어!" - 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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