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A Gibson Is Good Enough”
무모한 스튜디오의 첫 번째 애장품,
뻑곰(@kongremen) 작가님의
깁슨 스텐다드 1966을 소개합니다.
Head : 오픈북 헤드
Neck : 슬림 테이퍼드 넥
Body : 마호가니 바디(깁슨은 마호가니지)
Pickup : Seymour Duncan Antiquity / Neck : Alnico2, Bridge : JB
Bridge : 내쉬빌 스타일 튠오매틱 + 스탑테일 브릿지
곡률 : 12inch
스케일 : 24.75inch
1996년 깁슨 내쉬빌 공장에서 태어난 레스폴 스탠다드 모델.
꿀 태운 색(허니버스트) 상판과 슴슴한 무늬(플레인탑)가 매력적이다.
원래 픽업(490R, 버스트버커 3)에서 2020년 던컨 사의 Antiquity 픽업으로 전부 교체하였다(알니코 2, JB).
전 주인 때 넥이 한번 부러진 이후, 2021년 6월에 한 번, 2023년 8월에 한 번. 총3번이나 넥이 부러졌다.
이쯤 되니 넥 접합 시술 이후 도색작업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신X악기에서 넥 접합만 의뢰했고, 결과는 만족스럽다.
2018년 5월 초순이었다. 흐릿한 날, 나는 분당 서현 AK플라자 메가박스 옆에 있는 작은 공차 지점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구석진 4인석에 앉아있었다. 나는 산업안전기사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는 중이었고, 여자친구는 디자인학과 과제를 해치우고 있던 중이었다. 가끔 공부가 무료할 때면 나는 악기 중고장터인 뮬(Mule)에서 악기를 찾는 것을 굉장히 즐겼다. 그래, 돈 없는 가난한 뮬저씨였다. 그러던 중, 주인이 정말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내놓은 기타를 발견했다.
"넥뿌 수리한 깁슨 335 팝니다. 가격은 99만 원."
솔직히 이때 고민하면 안 됐다. 그런데 아직 취준생이고, 돈은 앞에 앉아있던 여자친구보다 쥐뿔도 없었다. 그렇게 매물을 놓치고 말았고,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런 연유를 여자친구에게 슬픈 표정으로 얘기했고 착한 내 여자친구는 정말 아쉬웠겠다며, 돈을 빌려줄 테니 진짜로 괜찮은 기타를 찾아보라고 내게 비싼 기타를 갖고 싶다는 허영심을 채울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품질 좋은 중고 깁슨 기타를 찾아 뮬 장터를 뒤지던 어느 날이었다. 뮬지기 아저씨가 내 몰골을 보고 기겁했을지도 모를 만큼 나는 독기에 가득 차 있었다.
찾고말거야진짜찾고말거야반드시찾고말거야이쁜깁슨찾고말거야
그렇게 때는 조금 시간이 지난 5월 18일 오후 5시. 아직은 문래동의 GBN이라는 클럽 공연장이 살아있었고 그곳에서 공연하기 전이었다. 나는 우연히 마주친 어느 깁슨 기타 판매글을 보고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넥뿌 수리한 96년 산 깁슨 레스폴 스탠다드 판매합니다."
그 기타를 본 나의 감상은 한마디로 충분한 것이었다.
"와."
모든 것이 나의 취향이었다.
상판은 빛의 각도에 따라 금색(골드탑)으로 보일 만큼 아름다웠고(이 기타를 처음 투입한 라이브는 대전의 버찌라이브하우스였는데, 같이 공연했던 버닝햅번 기타 형님이 “저 ‘골드탑' 잘 간수해라. 내가 가져간다.”라고 농담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90년대 깁슨 트러스로드 커버의 음각된 글씨체는 요즘 나오는 가는 글씨체와 달리 투박하면서도 각진 것이 굉장히 매력이었다. 그리고 하드케이스에 누워있는 자태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과 같이 품위 있고 우아했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이 기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녀석은 어떻냐며 조심스레 어필했다. 여자친구는 기타가 참으로 예쁘다며 쿨하게 1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내 계좌로 송금했다. 그 자리에서 격렬한 창피함과 감사함에 나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 형편에 저걸 사기엔 분수에 넘치는데도 여자친구를 졸라서 기타를 얻게 되었다는 창피함보다도 그런 꿈같은 기타를 가지게 해 준 데에 감사함을 분명히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흘린 눈물이었다. 다음 날인 19일, 나는 판매자가 있는 안양 쪽으로 빨간 버스를 타고 날아갔고, 꿈에도 그리던 이 녀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아이에게선 나를 거쳤던 이전 기타들과 달리 확실한 존재감이 있었다. 햇살 아래 버스정류장에서 전주인과 만나 하드케이스를 인도받고 열었을 때의 그 설렘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목이 부러졌다는 하자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굉장히 예뻤다.
정말 그날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초록불꽃소년단> 라이브 및 2집 앨범 녹음에 사용(2018.05 ~ 2022.01)
<중식이> 라이브 및 앨범 녹음에 사용(2021.02 ~ )
솔로 프로젝트 <콩레멘음악대> 데모 앨범 녹음에 사용(2022.07 ~ )
“Only A Gibson Is Good Enough”
©Studio MU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