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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싹 Oct 17. 2024

진로의 시작, 인내와 믿음의 구간

진로 상담 사례

대학생 진로 상담을 했을 때,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학생들을 꽤 자주 마주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왔는데 이제 무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좋은 대학 가는 것 말고 하고 싶고 좋아했던 무언가도 딱히 없다. 취업도 어렵다니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빨리 알고 싶다'였다.  


뻔한 답이지만 그 길은 스스로 찾아가야 했다. 무엇을 통해서든 나의 흥미, 적성, 가치관을 알려는 노력을 하고, 직업/직무 정보를 접하며 조금이라도 끌리는 경험들이 쌓이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무언가를 취하고 포기할 선택 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이 과정을 주저하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는 목적지를 향해 직선으로 달리는데 굽이굽이 먼길을 돌 것 같아 불안하고, 그러니 취업 최단 동선을 빨리 골라 뛰고 싶은 것이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마음이자 생각이었다.


그러나 굽이굽이로 보이는 그 길이 바로 최단 동선이라는 역설을 이해해야 했다. 더 빨리 선택에 다다른 친구보다야 느리겠지만 긴 인생으로 보자면 가장 빠르게 달리는 방법이다. 물론 그 기간이 너무 길어서도 안되겠지만 적어도 최선의 선택에는 최소한의 자기 데이터가 축적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진로를 바꾸더라도 탄탄한 데이터 밑천에 기반해 레벨업된 다음 선택이 가능하다. 당장 산 정상이 어딘지 몰라 답답하겠지만 내 길을 충실히 가다보면 어느 순간 다음 지도가 보이고 어느새 정상에 가까워진다는 걸, 믿기지 않아도 믿어줘야 했다.


또 나라는 사람의 삶의 고유성을 받아들이는 것도 이 때의 과업이다. 대학에 입학하면 동기들 각자의 삶의 배경이 엄청난 스펙트럼의 차이로 다가온다. 가족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고 오직 진로와 학업에만 집중하면되는 누군가, 진로를 이미 결정하거나 진로에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누군가를 보면 열등감을 느끼기도 쉽다. 이 때, 내 삶과 환경의 유일무이함을 비교하지않고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같은 학교에 모였지만 이 시기부터 각자의 고유함이 서서히 발현되며 다양한 정체성과 인생의 지향점을 만들어간다는 것도.


이렇게 말하는 과거의 나는 정작 내 길을 가는데 참 굼떴다. 나를 알려는 노력보다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나가는 인생 선배들은 뭐라고 하는지에 더 집중하며 명사 특강만 많이 찾아다녔다. 그 때 필요했던 것은 두 가지를 이해되도록 전달해주고, 고유성을 지지해주며 나만의 데이터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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