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상담 사례
일반대학원 문헌정보학과 졸업을 앞두고 상담을 신청했던 학생이 생각난다. 학생의 포트폴리오와 이력을 보고 놀랐는데 이 학생이 아니면 누구를 뽑겠는가 싶을 만큼이었다. 보여주기식 스펙의 나열이 아닌 하나의 스토리가 나오는 성실하고 꾸준한 노력의 산물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줄곧 취업에 고배를 마시고 있고 취업 컨설턴트는 학부 학벌이 탈락의 이유라 생각하지 않냐는 말을 했단다.
나는 먼저 그동안 참 애를 많이 썼다는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휴지로 닦아가며 한동안을 그렇게 훌쩍였다. 애썼다는 한마디가 이 친구에게 그토록 필요한 말이었던 것이다. 탈락하고 지원하고 기대했다 낙담하고 다시 일어나는 지치는 여정과 노력에 대한 배신감, 전문가의 칼 같은 한마디가 더했을 좌절감까지 그려졌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 시즌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들다. 그동안의 결과물을 최적의 전략으로 집중 어필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쌓아온 시간은 정밀한 분석, 진단, 평가의 대상이 되고 그 결과 도출된 약점은 빠르게 보완돼야 할 만만치 않은 숙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부족함을 집중적으로 마주하면서 강점을 만든 무수한 경험과 노력마저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이 학생도 본인이 훌륭한 자원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다) 남들이나 본인이나 문제와 솔루션만 논할 뿐 여기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듯 일절 말이 없는 것이다. 그 가치에 대한 인정과 타당화가 취업 전략만큼 막강한 심리적 원동력인데도 말이다.
1회성 진로 상담으로는 그 원동력에까지 힘을 충분히 보태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학생의 마음은 살짝이라도 읽어줄 수 있어야 했고 격려도 아껴서는 안 되었다. 생각보다 많이들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덧. 학생은 다행히 취업에 성공했다. 학기 종료 후 공고한 동문 멘토 모집에 멘토로 신청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