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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싹 Oct 28. 2024

몸이 보내는 신호

이제는 알아주겠다

8월에 상담심리대학원을 졸업했고 대학에서 상담 수련도 마쳤다. 그렇게 9월부터 자유인으로 지내며 자격시험 준비를 했는데 수험생처럼 공부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생각보다 시간 여유가 많았다.


그럼에도 절반의 시간을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나름 규칙적인 생활패턴과 건강한 식단으로 삼시 세 끼를 거르지 않고 있고 운동도 하는데 말이다. 심지어 필기시험 당일 합격을 확인한 이후에도 소화가 되지 않았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급하게 혹은 기분 나쁘게 먹으면 잘 체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위 내시경, 이석증 검사 결과도 정상이었다.


결국 마음이었다.


잘 지내고 있냐는 안부에는 공부도 하고 푹 쉬기도 하며 잘 지낸다 했지만 마음 한 켠은 영영 집에서 놀게 될까 봐, 그러다 애물단지처럼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이 취약함은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힘들게 보이는 건 어쩐지 창피하고 자존심도 상하는 것 같아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에게도 남에게도 취약함을 허락지 않다 보니 애석하게도 애초에 이것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나는 내 마음을 착각했다. 이따금씩 고개를 비집고 나오는 불안과 두려움은 그렇게 마음 밖으로 내쳐졌고 마음의 출입구를 못 찾은 이들은 최후에 몸을 통해 구조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출입구는 '알아차림'으로 만들어졌다. 운동도 식단도 생활습관도 아니었다. 그 심층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기꺼이 수용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다행히 통로가 생겼다. 나는 충분히 불안할만했고 맘껏 불안해도 괜찮았다.


어느새 편안해졌다. 때가 되서일 수도 있지만 막혀있던 위장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어지럼도 줄었다. 마음의 출입구만 있다면 모든 들어왔다 나가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모두 머리로는 아는데.. 이제 몸이 소리치기 전에 잘 알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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