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까지 근무한 대학에서 대학원생 진로 프로그램을 맡았었다. 교수/연구직은 특히 대학원생의 주요 관심 진로여서 관련 현직자 중심으로 섭외를 많이 했다.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강연자를 모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단한 스펙의 분이신데 강연 퀄리티가 낮고 성의가 없거나 전혀 협의되지 않은 강의방식으로 당일에 바꾸거나 강의료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표현해 난감한 적도 있었다.
진솔한 진로 여정과 유익한 정보를, 낮은 강의료를 받고 고퀄로 나누는 건 솔직할 수 있는 용기와 학생에 대한 애정도 있어야 하기에 어려운 건 당연한 것이기는 했다. 그래도 괜찮은 분들을 늘 찾으려다 당도한 사이트 중 하나가 바로 브런치였다(당시 나는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다).
오만 검색어를 넣어 검색을 하다 '딱이다!' 싶은 현직 교수님의 브런치 스토리를 발견했다. 포스팅들에서 성실하고 겸허한 삶의 흔적과 진로 시행착오의 여정, 후배에 대한 애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 글 솜씨 만큼이나 강연을 통한 전달력도 좋으리라는 확신도 들었다. 그렇게 망설임 없이 섭외 메일을 보냈다.
빠른 수락. 강연 제반 사항과 조율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셨다. 교수님의 상세 프로필을 알게 된 순간에도 기뻤다. 강연 홍보에 매력적인 진로 여정과 적정 연령대(?)의 소유자셨던 것이다. 피드백과 조율 과정, 강연자료까지.. 여러모로 안심이 되면서도 강연 전날까지는 걱정도 됐다. 혹시나 글과는 180도 다른 결을 가진 분이시면 어쩌지? 목소리도 들어본 적 없는데.
그렇게 강연 당일, 교수님을 처음 만났다. 글의 인격과 정확히 동일한 분임을 단번에 알았다. 강연도 그랬다. 글만 보고 냅다 섭외한 분의 강연은 그렇게 흡족하게 끝났다. 퇴사 전 마지막 섭외, 강연 진행이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니, 오히려 글을 보고 섭외했기에 성공적인 섭외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백프로는 아니겠지만 정성이 담긴 꾸준한 글은 작가의 내면과 통찰의 엑기스를 생각보다 정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강연 후보자들에게 백일장을 열 수 없어 아쉽다)
어제 첫 포스팅을 하며 교수님이 떠올라 글을 쓰게 되었는데, 앞으로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솟는다!
P.S 교수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