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바른 마인드로 입사했다 해도 당연히 백프로 좋을 수는 없었다. 계약직으로 일했던 대학에서 겪었던 아쉬웠던, 사실 기분이 나빠졌던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부서 소개 홈페이지에 정규직원과 인턴의 이름과 담당업무, 연락처만 게시되어 있었다. 계약직원들은 아예 없었다. 분명한 직무 역할, 책임, 재량이 있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계약직원 업무 담당자를 찾는 사람들은 다른 담당자에게 전화를 먼저 걸고 전화 연결을 받게된다.
2. 품의에 첨부된 계약직원의 입사서류를 부서 전체 직원을 포함한 학부생 인턴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생년월일, 주소, 학력, 경력, 자기소개가 모두 담긴 서류였다. 내가 직접 건의를 해서 문서에 보안이 걸릴 수 있도록 바꾼 부분이기도 하다.
3. 업무평가를 위해 정규직원용 평가와 계약직원용 평가지를 두 번 작성해야했다. 계약직원용 평가지는 성과보고서처럼 자세하게 써야했고 분량도 더 많았다. 의미없는 정규직원용 평가지까지 왜 작성해야 하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4. 출입/신분증 카드의 이름 뒤에 '계약직원'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관리의 효율을 위한 방편이겠으나,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필요 없어지는 카드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계약직원은 같이 있지만 함께하는 사람은 아니며, 계약직원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는,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천박한 메세지들로 읽혔다. 더 나은 시스템이 자리잡는 과정이겠지만 조직의 철학이 디테일에도 반영됨을 가정할 때, 또 굴지의 명문대임을 감안할 때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근무환경과 조건이 더 좋았지만 첫 대학만큼의 애정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와도 연관되는 것 같다.
계약직은 대부분 인건비 절약 차원으로만 접근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근무 형태 중 하나로 정착되야 하고 그에 맞는 운영의 디테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