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티스트에게 딱 맞는 옷을 입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아티스트가 진심을 빛날 수 있는 음악과 그 음악을 통해 위로받는 대중. 그 과정 속에 내가 참여하고 싶었다. 그 과정을 배우고 싶었다.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그의 음악을 존중하고, 그에 담긴 메시지를 소중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아무도 음악에 담긴 메시지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는 아티스트가 앨범 하나하나 낼 때, 그 앨범 하나가, 그 곡 하나가 아티스트의 브랜딩이고 아티스트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그 음악이 진심일수록, 그 메시지가 대중에게 통할수록, 아티스트는 성장하고 선호도가 생긴다고 믿는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성상, 인기가 있는 것이라면 무조건 그와 엇비슷하게 빠르게 발매하려고 하는 시스템에 헛웃음만 나온다. 그 인기는 메시지에서 오는 것인데 말이다.
예를 들면, 요즘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진스와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같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뉴진스도 그 앨범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타겟팅이 뚜렷하다. 아무나 Y2K 비슷한 앨범을 발매한다고 해서 뉴진스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 역시 곡과 가사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굉장히 철학적이고 사회비판적이다. 이 역시 아무 아이돌이나 냅다 사회비판을 하고 당당한 애티튜드를 담은 퍼포먼스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티스트는 물론이거니와 그들과 팀을 이뤄 함께 앨범을 제작하는 A&R, 작가진, 프로덕션팀, 기획팀, 스타일팀, 매니지먼트팀, 홍보팀 등 모든 인원이 하나의 메시지를 담아 그 의미를 대중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그 앨범의 성패가 달렸다. 그 메시지가 진실한지 아닌지 대중들은 알아챌 만큼 똑똑하고 영리하다. 그저 누군가를 따라 하고 모방하고 자신의 것이 없이 주체적이지 않다면, 대중들은 금세 알아채고 등을 돌릴 것이다.
각 아티스트마다 고유의 매력을 갖추는 것, 그 매력을 메시지로서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엔터테인먼트의 목적이자 이유이다.
그럼에도 엔터테인먼트에서 그렇게 행해지지 않는다. 나의 목표는 사라졌고, 그 여섯 글자의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메시지 따위는 아무 쓸짝에도 없다고. 돈을 벌어다 줄 메시지나 궁리하라고. 그래서 나는 엔터테인먼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런 흩어지면 사라질, 그 누구에게도 진심 일리 없는, 메시지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메시지를 담은 앨범에 내 이름 석자가 쓰여있길 바라지 않았다.
돈이라면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음악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아있는 나의 작은 자존심과 자아실현이 용납하질 못한다.
그 무게가 나를 짓눌러서 나를 더 이상 서있지 못하게 하기에,
그럼에도 나는 음악을 하고 싶기에,
무게를 짊어지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