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그리고 여전히 모르는
가끔 즐겨보는 몇 안 되는 유튜브 인터뷰 채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The Diary of CEO다. 호스트가 늘 고심하며 던지는 질문의 결이 좋고, 무엇보다 댓글 수준이 괜찮다. 모든 주제가 나랑 맞는 건 아니라서, 관심 있는 편만 골라 유튜브나 팟캐스트로 챙겨 듣는다.
얼마 전엔 AI의 대부,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인터뷰를 봤다. 그는 신경망과 딥러닝 분야의 선구자로, 2018년 튜링상(컴퓨터계의 노벨상)을 받았고, 2023년엔 구글을 떠나 AI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AI가 가져올 혜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안전 장치가 없다면 인류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인터뷰 호스트 역시 백만장자로, 주변의 유명 AI 기업가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 모두 앞에서는 자신의 사업 이익을 위해 AI가 밝은 미래를 가져온다고 말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단 한 사람도 그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가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며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것.
더 인상적이었던 건, AI 관련 기술에 평생을 받치고 업적을 쌓은 힌튼조차 많은 질문에 “나도 모른다(I don't know)."고 답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일반 사람들은 AI가 가져올 찬란한 미래만을 믿고,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 흐름에 올라타려 애쓴다. 결국 AI 자체보다 더 위험한 건, 제어 없이 발전을 가속시키려는 인간의 욕망 아닐까. 결국 인류를 망하는 것은 하는 것은 그 탐욕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 역시 AI가 가져올 미래가 반갑기보단 두렵다. 세계나 사회에 가져올 변화도 무섭지만,
무엇보다도 내 삶에 미칠 영향이 궁금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미래(未來)라는 단어는, 아닐 미(未)에 올 래(來)로,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가오지 않은, 너무나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세계.
AI를 도구로서, 그 기술을 이용해 일의 효율을 높이는 등 혜택을 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아무도 모를 그 미지의 세계에 베팅하며 두려움에 전전긍긍하기 보단
지금의 나, 그리고 변하지 않는 가치들에 더 집중하기로.
인간과의 교류와 관계,
정직함과 진정성, 신뢰, 건강한 몸과 마음,
사랑과 친절함, 배움과 성장하려는 의지,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 등등...
빠른 변화를 따라잡으려 애쓰는 대신, 흔들림 없이 이 가치를 지켜나가고 싶다.
세상이 점점 빨라질수록, 내가 방향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건 결국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휘둘리기보단 오늘의 선택과 행동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나답게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