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 Vs. 'Just' Employee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지난 3-4년 사이에 메이저 급의 M&A(인수 합병)를 두 번이나 했다. 인수한 회사는 모두 독일 태생의 스타트업이었다. 두 곳 모두 매우 강력한 기술을 바탕으로 충성도 있는 고객층을 확보한 튼튼한 회사였고, 기존의 직원들 역시 해당 프로덕트에 대한 지식이 깊었기에 무리없이 흡수되었다. (예를 들어 주니어 레벨의 CSM manager가 박사 출신이 많다. 상대하는 고객들이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을 담당하는 Patent Attorney(한국으로 치면 변리사?), 아님 변호사 출신의 IP analyst, 로펌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담당하는 프로덕트 라인 모두 이 두 회사의 프로덕트기 때문에 깊게 관여가 되어있다. 그 중 한 회사 (B 회사라고 하겠다)의 Founder(창업주)는 회사에 여전히 남아있고, 이사 급의 직원으로 B회사 제품의 일명 얼굴 마담(!)으로 전 세계 각지의 컨퍼런스 스피커, 패널 등을 다니며 (지금은 우리 회사의 프로덕트로 리브랜딩을 한) B 회사 프로덕트를 톡톡히 홍보한다. 물론 이 분야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람이라, 네트워크 효과가 굉장하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이 웨비나 호스트를 한다고 하면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참가자 명단 100명은 금방 찬다.
관련 캠페인을 하면서 이 창업주와 여러 번 같이 일을 했다. 내가 느낀 것은, 이 사람은 정말 자신이 직접 일군 회사와 제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었다. 2013년 설립 후 꾸준히 성장을 했고, 코로나 때 성공적으로 회사를 팔았지만, 내가 느끼기엔 회사 "운영"보다 회사 제품을 더 개발하고, 더 널리 알리고 해당 industry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는데 집중하고 싶어 회사를 넘긴 것 같았다.
일단 당연히 엄청 똑똑하다. 경제학 박사를 따고 자신이 낸 논문에서 영감을 얻어서 자신의 분야도 아닌데, 자문을 얻어서 창업했다.
그리고 회사를 팔았는데도 여전히 일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한다. 예를 들어 금요일에 중국에서 온 고객 미팅이 있었는데, 해외 컨펀런스와 고객 이벤트 때문에 미국과 일본 거쳐 당일 아침 10시에 떨어져서 호텔 가서 샤워하고 11시 반에 바로 미팅 합류 후 6시간 내내 토론 그리고 저녁 또 회사 미팅까지... 심지어 다음 주 월욜일에 내가 부탁한 20장 상당의 리포트 드래프트도 바로 보내줬다......(저는 그저 사랑합니다를 외칠 뿐...) 참고로 아이가 3명이다.... 얼마 전에 신생아 태어났음 ^^;;;
무엇보다도 회사 제품, 고객에 대해서 물어보면 무슨 ChatGPT처럼 답변이 엄청 자세하게 바로 나온다. 회사 내부 자료를 볼 필요가 없을 정도. 미안한데 나는 이 제품에 대해서 궁금하면 세일즈, CSM 안 거치고 바로 그에게 간다. 답변 100% 보증 수표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 1명, 1명에 대한 인사이트가 어마무시하다. 중국 고객이든, 일본, 미국, 독일, 한국 고객 누구든. 이건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한 애정,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고객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좀 안타까운 것은, 실제 인수합병 후 2년이 지났으면 세일즈나 CSM이 이 제품과 고객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는데, 이 창업주가 말하는 답변과 비교하면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무래도 회사의 현재 주력 제품인 먼저 인수한 A 회사 제품이다보니 리소스가 집중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도 있다. :*(
이것이 바로 창업주(회사 사장)와 직원의 마인드 차이일까.
심지어 전 회사에서 데리고 온 세일즈와 고객 담당 매니저도 있는데, 고객 미팅 시 답변이 나오는 퀄리티가 어마무시하게 다르다. 이러니 이 분야 사람들이 컨퍼런스나 미팅, 웨비나 패널로 어떻게든 초대하려고 안달이 날만도 하다. (그런데 사람은 굉장히 겸손하고 엄청 친절하다...)
사실 회사를 10년 가까이 성공적으로 키워서 이렇게 큰 회사에 성공적으로 exit했으면 사실 조금 쉬거나 돈 번 것으로 다음 플랜을 짠다거나 할 수 있을텐데, 이 사람은 정말 이 분야의 자신의 일, 그리고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신뢰가 무한한 것 같다. 뭔가 굉장히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그 아우라가 이 사람과 일하는데 나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참 기분이 좋다.
입사 초창기에 같이 고객 미팅을 끝내고 마케팅 플랜을 검토하는데 나한테 폭풍 칭찬을 해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 회사에서 너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 너랑 같이 일해서 좋다." 라고.
당시 막 회사에 조인한 직원으로 고군분투 중이라 너무 힘들었는데, 그 말을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 사람이 내뿜는 열정에 아마 나도 그 사람과 일을 할 때면 더 잘 보조를 맞춰줘야지 하는 순수한 열정의 에너지가 나오는게 아닐까 싶다.
이런 창업주와 함께라면 어떤 일도 함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키운 것이 아닐까.
더 나아가, 나도 언젠가 내 회사를 차리게 된다면 이런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멋진 창업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월급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