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e Nov 17. 2024

영어와 독일어, 그리고 한국어 사이 어딘가.

2개의 외국어를 유지하며 산다는 것.

당연히, 나고 자란 언어인 한국어가 가장 편하다. 


하지만, 영어로만 일을 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K-교육식으로 영어를 공부한 시절을 제외하고도, 영어는 이제 내 일상과 업무의 주요 언어가 되었다. 특히, 영어로 작성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접할 때, 번역된 버전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콘텐츠가 가진 본래의 뉘앙스와 컨텍스트가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독일어는 아직 고군분투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로 뉴스나 잡지를 읽을 때 예전보다 더 빠르게 내용을 이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조금씩 진전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참고로, 독일어는 영어를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단어를 찾을 때 영어-독일어로 전환되는 dict.cc 같은 사전을 자주 활용한다. 독일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기보다는 영어를 거쳐 배우는 편이 의미 전달이 훨씬 더 명확하다.


요즘 나의 고민은 독일어와 영어를 어떻게 같이 발전시킬까 하는 것이다.


나는 독일에 살지만, 업무는 100% 영어로 진행된다. 현재 내 부서의 보스(부장님?)는 영국인이고, 그 위 매니지먼트 레벨의 보스는 미국인이다. PMM(Product Marketing Manager)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우 Cross-functional한 환경이 된다. 글로벌 스케일의 캠페인이나 프로젝트에는 미국 팀, 영국 팀, 독일 팀, 그리고 경우에 따라 아시아 팀까지 함께 참여하게 되니, 영어가 기본 언어가 되는 건 당연하다.


(여기서 잠깐, 'Cross-functional'이란 단어의 한국어 뜻이 궁금해 구글링을 해봤다. "기능 횡단팀"이라는 결과를 보고 피식 웃었다. 뭔가 웃기면서도, 또 정확한 표현 같아서ㅎㅎ 출처는 친절한 한국 경제.)


독일에 사는 만큼, 매일 조금씩 독일어를 공부하고는 있지만,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여전히 영어다. 특히 업무와 관련된 영어는 나에게 익숙하고 불편함이 없지만, 여전히 고민이 있다. 


더 세련되게, 더 간결하게, 그리고 더 전문적으로 영어를 구사하고 싶다는 점이다.


참고로 내가 말하는 것은 발음이 아니다. 발음은 상대방에게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발음이 어려운 긴 단어를 말할 때는 R 발음을 없애고 단단하게 발음하는 영국식 스타일을 흉내 내기도 한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내 말을 명확히 알아듣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독일에서는 독일어가 부족한 만큼 그쪽에 더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꼬마 수준이다. 


“독일에 살면 독일어를 잘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내 커리어, 그리고 더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 내 커리의 절대적 발전의 core location이 독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과연 기본적인 회화를 떠나, 더 전문적인 독일어 구사를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들 때가 많다. 


차라리 영어권에서 일을 한다면 영어만 계속 팔 텐데. ^^;

미국에서 10년 넘게 사셨고, 일도 잘 하시지만, 여전히 영어 공부에 진심인 돌돌콩 님의 유튜브를 보며 나도 앗차 싶을 때가 많다. (동기부여 50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적어도 3가지 언어를 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언어라는 것은 매우 신기하다. 배우면 배울 수록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그 언어로 소통을 하게 되면 더 큰 마법의 문이 열리는 느낌이다. 


한국어만 알고, 혹 한국어만 알고, 영어만 썼다면 몰랐을 세계를 알게됨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내 나라 고유의 언어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나라의 사람들이 너무 똑똑해서 다양한 컨텐츠를 한국어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도 늘 감사하다.


... 그렇게 오늘도 나는 영어와 독일어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