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그네이션, 연정 붕괴까지. 독일 경제의 미래가 불안하다.
수많은 유튜버나 경제 신문 기사가 미국 대선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내 놓았다. 아무래도 한국 경제와 미국 경제는 긴밀한 관계에 있으니 당연히 화두가 될 수 밖에.
그래도 나름 독일에 산다고,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럼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 결과가 독일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현재 독일 경제를 좀 살펴보자.
독일 경제는 심각한 침체(stagnation)에 시달리고 있다. Joint Economic Forecast Project Group에 따르면 2024년 독일 GDP는 0.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25년에는 0.8%, 2026년에는 1.3% 성장이 전망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성장률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Ifo 연구소의 고용 지표에 따르면, 10월 독일의 고용지수는 93.7포인트로 하락하여 2020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대한 의지를 잃었음을 나타내며, 일부 기업은 공석이 생겨도 채우지 않거나 오히려 해고를 고려하고 있다. 내가 참여 중인 여러 국제 커뮤니티에서도 해고와 실업 수당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어난 것이 눈에 띄는데, 경제 상황이 그만큼 암울하다는 신호로 보인다.
정치적 상황 역시 혼란스럽다. 최근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는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트너와의 갈등을 겪으며 연립 정부 내에서 큰 불협화음을 드러냈고, 결국 린트너 재무장관을 해임했다. 이를 계기로 슐츠 총리는 내년에 신임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며, 신임을 얻지 못할 경우 독일은 조기 선거를 통해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게 될 것이다. 야심차게 시작된 연립 정부가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흔들리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독일 내 기업들에 대한 세금 혜택 증대, 사회복지 축소 등 급진적인 정책을 밀어왔던 재무장관의 방향성을 고려하면 예견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즉, 가뜩이나 경제도 난장판이다 정치까지 화합을 하지 못하고.. AFD(독일 극우 정당)는 2위 정당의 인기를 얻으며 득세 중이다. (한숨)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독일 경제에 대해서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은 아직까지 자동차와 화학 등의 제조업이다. 여기서 관세 20%를 부으면 미국 수출에 엄청난 적신호가 될 것이다.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의 경우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이지만, 트럼프는 실제 독일을 콕 집으며 왜 미국에 쉐보레 등의 미국 차가 아니라, 벤츠, BMW, 폭스바겐 자동차가 수백만 대가 있냐며, 앞으로 다가올 상황이 독일 자동차 산업에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어마무시한 코멘트를 남겼다.
실제 트럼프 당선 결과 이후 CNN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유로존 20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8%로 하향 조정 독일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0.5%로 크게 하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상황이 심각하다. 경제 전망도 최악인데 정치적 혼란까지 겹친 상황이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독일은 EU와 힘을 합쳐 "우리와의 갈등은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이 독일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자동차·화학 등 주력 산업이 버텨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에너지 가격 급등, 물가·비용 상승까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변화를 거부하는 독일의 문화다.
6년간 독일에서 일하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젊은 층조차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한다는 점이었다. 비정상회담의 다니엘처럼 인터넷뱅킹 한번 써보지 않은 사람들이 흔한 게 독일의 현주소다. 나는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지금도 인터넷 예약조차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영주권을 위해 시민권 시험을 등록하는데 드는 절차가,
메일 문의 → 직접 오라고 함 → 직접 갔더니 X월 X일 9시까지 오라고 함 → 갔더니 사람들이 줄을 엄청나게 서 있음 → 1시간 넘게 기다린 후 받은 답변: X월 X일에 시험 등록하러 다시 오라고 함 (결국 그 말을 들으러 줄 서있었던 것인, 시험 약속을 잡는 것이 아닌) → 그날 갔더니 여전히 줄이 엄청 김, 1시간 넘에 기다려 시험 날짜 겨우 받음.
당연히 저 시간 다 낭비하면서 일도 못하고, 중요한 미팅도 미뤄야 했다, 그것도 급하게 사과하면서... 그런데 독일 사람들이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냥 웃으면서 ‘원래 그래’ (바꾸려는 의지 없음)라고 한다. 심지어 저 리셉션에 일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쌀쌀 맞고 속사포로 독일어를 쏟아내는지, 뭐 하나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눈물 쏙 나게 구박당하고 오기 일쑤다. (참고로 외국인, 이민자들 상대로 하는 공립 시민학교 VHS 리셉션이다….) 그냥 인터넷 클릭 한 두번이면 될 일을 저렇게 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될까 싶다. 효율성 제로. 이외에도 내가 가는 하우스 닥터에서는 모든 진료 기록을 아직도 종이로 기록한다. 리셉션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의지도, 배우려는 의지도 없고 그저 정시에 퇴근하려고 하고, 뭐 하나 예외적인 문의를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혹시 모르는 것 물어볼까) ‘니가 감히 뭔데 나에게’ 라는 태도가 만연하다.
쓰다보니 내가 사는 나라, 도시 욕만 하는 것 같으니 여기까지…^^;;
출처
메인 사진: 베를린/EPA연합뉴스
https://edition.cnn.com/2024/11/07/economy/goldman-sachs-european-growth-trump-presidency/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