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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롬망간 Sep 24. 2023

영끌, FOMO, 그리고 미쳤다

정신분석학에서 말실수에는 말 한 사람 자신도 모르는 그 사람의 본심이 숨어 있다고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말에는 생각보다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유행어들을 보면 시대의 상황을, 사조를 알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무엇을 조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영끌'이라는 말이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인데 최근 몇 년 간은 돈을 최대한 조달해서 집을 사는 경우에 주로 쓰인 말이다. 그런가보다 할 게 아니라 잠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영혼이 중요한지 집이 중요한지. 당연히 영혼이 집보다 중요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영혼을 끌어모아서 집을 샀다.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그러면 집에 영혼이 묶이게 된다. 대출 이자가 오르면 영혼이 고뇌에 빠지게 된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바로 이 내용, 영혼을 다른 것의 대가로 건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 왜 영끌이 일어났을까. 그 원인으로 뉴스에 FOMO 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우리말로 옮기면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정도가 된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나만 뒤처질까 두려워서 영끌을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두려움이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것을 평소에는 알고 있더라도 정작 두려운 상황이 되면 생각이 차분하게 돌아가지 않아서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럴 때에는 내가 현재 무엇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FOMO라는 유행어는 사실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는 말이었다. 지금 사회 전체가 fear, 두려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니. 특정 가격에 집을 사냐 안 사냐가 문제가 아니라, 집을 사는 이유가 두려움이냐 이성적인 판단이냐가 중요하다. 만약 두려움이 원인이라면 결정을 미루고 차분히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대단하다'라고 할 상황에서 '미쳤다'라고 말하는 것이 유행이다. TV에 노래를 엄청 잘 하는 가수가 나오면 패널들이 놀란 표정으로 '미쳤다'를 외친다. 미친 실력, 미친 가창력, 미친 감성 등의 표현이 넘쳐난다. 훌륭한 강의를 듣고 오면 친구에게 "야, 그 강사 미쳤어"라며 강사 칭찬을 한다. '미친 놈'은 욕인데 왜 '미친 실력'은 칭찬이 되어버린 걸까. 사회가 점점 더 자극적인 표현을 원하는 것 같고, 그렇게 된 데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 탓이 큰 것 같다는 추측을 해 볼 뿐이다. '엄청난' 실력, '최고의' 가창력, '대단한' 감성 등의 온건(?)한 표현은 사회가 원하는 정도의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 같고, 자극에 대한 추구는 끝이 없기에 이런 사회 분위기가 염려스럽다. 술은 술을 부르고 담배는 담배를 부르고 자극은 더 큰 자극을 부른다. 미쳤다라는 유행어가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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