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 가치로 재단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들
우린 여타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마주하고 살아오면서, 많은 것들의 가치에 의미부여를 한다. 예컨대, 우리는 가까운 슈퍼마켓을 간다 하더라도 사과와 바나나의 가격을 비교하며 어떤 것이 어떤 것보다 비싸고 저렴하다는 식으로 그 사물의 가치를 재단한다. A와 B라는 물건도 수치로 판단하기 좋아하는 우리 사회는 결코 물질적인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도 '우'와 '열'을 가리는 추세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절대적인 미의 가치와 그 사람의 명예와 지위를 보면서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을 굳혀나간다. TV에 나오는 아이돌의 몸매와 얼굴이 미의 기준이 되고 우리는 최대한 성공하고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이 세상에서 당당하고 굳건히 설 수 있는 유일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결코 어떠한 특정한 가치로 사람이라는 가치적인 존재를 판단한다는 개인과 사회는 오판하고 있으며 더 본질적인 가치를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판단한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뇌 속에서 어떤 사물과 사람 따위를 무의식적으로 판정 내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판단한다는 것의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지 못한 채 시시각각 어리석은 행위를 반복한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우리 사람들은 너무나 단편적으로 A와 B라는 사람의 결과[직업, 나이, 명예]따위로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린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질적인 것이 중요시되는 사회고 자본주의의 물신화 탓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보단 상대적으로 '보이는 것'에 중시하게 된다. 어리석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상대를 평가한다. 열등감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는 가치가 그런 물질적인 것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열등/우월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만약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보다 명예가 높고 돈이 많다고 한다면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보다 더 우월하고 잠재력 있는 사람인 것인가? 결론은 <알 수 없다>이다. 둘 중에 결코 누가 뛰어난 사람인지 그 사람의 본질과 잠재력을 어떻게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쉽게 호르몬 따위에 휩쓸리고 연약한 개인이 감히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다. 판단한다고 해봤자 이 사회의 경향성에 휩싸이고 자신만의 경험이 굳어낸 색안경을 쓰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본인은 '객관적'인 평가를 했다고 씩씩대며 우기는 꼴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자기 근처에 있는 사람의 인생이 내 인생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나보다 루저 거나 실패자라고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변의 어떤 사람이 한심하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이룬 것이 없거나 해낸 것이 없어서 따위로 논리가 귀결된다. 이 논리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 번째로, '사람'이라는 유동적이고 가치적인 존재를, 물질적인 가치로 논한다는 것이 1차적으로 잘못이고 2차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잠재력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영유아기로 내려가 시시각각 자라나는 아이의 뇌(해마)와 편도체, 신경계의 단위로 내려가 부모의 양육방식과, 기질 간의 상관관계와 사람의 잠재력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와 학창 시절의 경험과 20년 이상의 인생 전반의 경험이 쌓이고 그것이 상호 복합관계를 어떻게 이루는지 그 사람의 인생 전반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이 다른 두 사람을, 사람이고 또래라는 이유로 그 사람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이룬 것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가치를 이룬 사람의 노력과 능력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명예와 지위를 가졌다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자 자원이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그 사람의 잠재능력을 재단한다는 것은 안쓰럽고 어찌 보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우리는 사람의 외형과 이룬 것, 결과중심적이고 단편적으로 판단하게 되는데 사람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어떤 사람은 과거에 많은 경험과 지지로 자신을 꽉 채우고 앞으로 나아가기 충분히 이롭게 자란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누구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남들보다 2, 3배의 노력을 하지만 좌절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인생을 비교하고 어떻게 후자의 사람보다 전자의 사람이 더더욱 대단하고 우월한 존재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한 고등생물이다. 만약 우리가 사람을 판단한다면, 나와 타인의 인생전반을 뇌과학적, 심리적 관점에서 잠재력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고 양육자와의 상호교류의 방식이 학창 시절의 경험이 어떻게 인생 전반에 발현되는지 알지 못한다면, 비슷해 보이는 두 사람도 전혀 다른 스키마와 인생전반적 경험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함부로 '사람'이라는 가치적 존재를 자신만의 색안경을 끼고 [본인은 객관적인 평가를 했다고 결과론적으로 오판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