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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Oct 05. 2023

내 나이 서른에 열린 “취미 잡화점”

취미 부자, 여기 여기 다 모여라!

글쓰기 모임인 #글루틴 오늘의 글감은 ‘잡화점’이다. 잡화점 하면 떠올랐던 건 바로바로 나의 “취미”.


잡화점 : 잡다한 일용품을 파는 상점


잡화점의 국어사전 정의다. 그야말로 내 취미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취미 찾아 삼만리” 서른 살 평범한 직장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10대, 20대를 거쳐,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 해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직장 덕분에 해외에서 사는 것 때문에 많은 게 용서되긴 하지만, 회사 안에서의 나를 떠올려보면 ’ 행복‘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매일 마음 한편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나.

아.. 뭐가 잘못돼도 잘못된 듯한데,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 질문들이다.


이 회사에 평생 다닐 수 있을까?

내 바로 옆의 상사가 내 미래라면, 만족스러운가?

회사 안에서 나는 성장할 수 있을까?  


회사와 상사가 나빠서라기 보다는

내가 꿈꾸던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봤을 때….

내가 하게 된 결론, 대답은  “아니요” 였다.


그래서 내가 하기 시작한 것. 바로 취미생활.


우리 엄마를 생각해 보면, 엄마 나이 서른엔 이미 내가 태어나 걷고, 뛰고, 한창 자기주장을 열심히 할 무렵이었다.


하지만 정작 서른이 된 나는, 자식은 웬걸, 나 스스로도 잘 모르고, 나 하나도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건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회사를 빼면 내가 가진 게 뭐가 있는지도 확실히 모른 채, 나의 진정한 자아를 헤매고 있다. 그래서 더 이것저것 해보는 게 아닐까 싶다.




취미가 많은 건 나쁘지만은 않아!


최근에는 나보다 한 10살이 많은 친한 언니, 그리고 남자친구 이렇게 셋이 밥을 먹었다.



그 언니가 하는 말.

“쏘냐는 너무 바쁘잖아! 하는 게 너무 많아. A도 하고, B도 하고, C도 하고.. 너무 바빠.”


이 말을 들은 남자친구의 대답.

“맞아요, 뭐 하나에 딱 집중해서 하면 좋을 텐데요!”


사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내 문제점을 정확히 짚었다. 나는 그야말로 여기저기 깔짝대고 있는데, 러시아 이곳에서 대학원도 들어갔다가 중간에 휴학. 러시아어 과외를 받다가 이것도 잠시 쉬고 있다. 부상이라는 좋은 핑계가 있어 쉬고 있지만 시작한 운동만 해도 헬스, 수영, 테니스, 골프, 마라톤..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듯하다..


욕심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다 해보고 싶은 마음에 판을 벌렸지만, 도저히 다 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창 남자친구 말에 뼈 아파하던 순간,

팩트 폭격을 날린 남자친구의 말에 언니가 대답했다.


“어우, 나 서른 때는 맨날 술만 먹고 놀고 돌아다녔어. 자기한테 맞는 거 찾으려고 이거 저거 열심히 하는 게 대단하다. 아직 한창 자기 거를 찾는 시기잖아. 항상 움직이고 배우고 있는데, 그게 잘하고 있는 거지 뭐!”


나의 취미 잡화점이 정당성을 얻었다.

그래. 이것저것 일회성으로 이런저런 취미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의 취미 잡화점을 소개합니다 :)


앞서 말했듯, 회사에서 평생을 일할 수 없으리라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자기계발에 목마르기도 했으며, 행복을 느끼기 위해,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이유가 많은 만큼 취미도 참 얕고 다양한데, 잡화점처럼 둘러볼 수 있게끔 내 취미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 취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커리어에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 같은 취미

2) 심신 안정과 재미, 행복을 위해 하는 취미


커리어에 도움 될 수도 있는 취미

1. 유튜브

여행 유튜브를 시작했다. 현지 한국인 사회도 좁고, 회사 사람들에게 공개하긴 싫어서 얼굴을 가리고 해보고 있다. 내 감성대로 해보는 편집이 재밌기도 하고,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정보를 얻어갈 수 있어 좋다. 아직 완전 전문적인 수준의 편집을 못 하는 게 아쉽지만, 차차 영상 스킬을 익혀나가면 커리어에도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 글쓰기와 독서클럽

사실 나는 책을 내는 게 꿈이다. 그게 내 커리어가 된다면 그 시작은 바로, 오늘…!!!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오늘도 야근을 11시 반까지 했지만, 글 쓰는 게 재밌기도 하고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자 이렇게 또 글을 쓰고 있다. 특히 여러 취미 중 글쓰기는 내 취미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마음의 소리‘ 를 듣는 수단이기도 하다. 진정한 내 취미와 나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취미다.


그리고 최근에 또 시작한 모임. 약 1달에 한번 만나는 독서클럽이다. 워낙 24시간이 모자라 책 읽을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가진 나에게 너무 유용한 활동이다. 글쓰기도 글 읽기를 통해 개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


3. 만화 그리기

만화용 인스타 계정이 공개가 돼있다..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꾸준히 프로 크리에이터를 통해 그림 연습도  해보고자 한다.


4. 러시아 미술 배우기

바로 전 포스팅에서 살펴본 러시아 화가, 레비탄을 기억하시는지? 전에도 썼듯, 러시아 그림 설명을 듣다가 오래간만에 만나게 되는 배움으로 인한 마음 벅참을 느꼈다. 언젠가 미술을 남에게 가르칠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대범한 상상도 해본다.


5. 러시아 역사 수업 듣기

러시아 미술사 수업도 주 1회 듣지만, 역사도 주 1회 듣는다. 전공이 러시아니, 해박해지면 언젠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도 하는데, 실로 알게 되는 것도 많아 역시 배움의 재미가 크다.



그냥 좋아서 하는 취미

1. 마라톤

지난 주말에도 마라톤을 뛰었다. 선수도 아니고 기록도 없지만, 그냥 마라톤에 참여해 완주 메달을 얻고, 성취감을 얻는 기쁨이 매우 크다.


2. 테니스

의외로 깔짝대던 취미 중 잘 맞았던 운동. 공을 팍 때릴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린다.


3. 뜨개질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뜨는 기분이 좋다. 무려 5월에 시작해 아직도 지속되는 장기간 프로젝트다. 누가 보면 되게 복잡한 뜨개인가 싶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에 배운 겉 뜨기를 반복 중이다.




아직은 무엇을 잡고 깊이 들어가야 할지 확신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면 내 몸에 착 감기는 무엇인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게 맞는 취미, 내게 맞는 길을 한창 찾아 헤맬 나이 서른. 취미가 잡화점 마냥 다양한 건 나쁘기만 한건 아니다.


다만, 한 발씩 움직여 나아가는 그 바지런함과,

졸린 눈을 부여잡고 조금이라도 취미활동을 하고서 잠드려는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성장하는 나를 만드리라 믿는다.


그 믿음으로 오늘도 나의 취미 잡화점은

열심히 개점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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