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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Sep 30. 2023

MZ세대, 회사 부적응자? 혹은 인류의 진화?

회사 내 “MZ세대”에 대한 표현에 대하여

회사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들은 그 단어. MZ 세대.


래퍼 이영지는 라디오스타에서 “MZ세대라는 건 알파벳 계보를 이어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요? MZ세대들은 본인이 MZ세대라는 걸 자각하고 있지 않아요 “라고 했다.


이영지의 말은 MZ세대 정의에 따르는 나이에 속하는 사람들 본인이 사회에서 말하는 “MZ세대”라고 굳이 인지하지 않고 있다는 건데..!


‘MZ 세대’란 뭘까?


MZ세대 :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MZ세대에 대한 네이버 지식백과의 사전적 정의이다.


하지만 내가 사회에서, 회사에서 규정하는 MZ 세대는 위 정의와는 조금 달랐다.




“와 그분 진짜 MZ 그 자체인데?”


오늘도 회사에서 이 말을 들어보았다.

회사 일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이 우선순위에 있는 분을 두고 나온 말이었다. 상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든 말든, 동료가 차가운 눈으로 보든 말든,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제도와 휴가제도를 100% 활용하려 하는 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근데 그분은 나이로만 보면 MZ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웠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2023년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직급이 더 높은 분에게 “이건 과장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죠. 이걸 제가 왜 하나요?”라고 말해 다른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신입사원이 자기의 업무가 아니라 생각하는 일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고 그걸 표현한 것이었다.


이내 회사의 고인 물들 머리에 스친 생각. ‘라테는’ 절대 그런 말 할 수 없었는데. ‘라테는’ 까라면 까는 거였는데 감히?


즉, 회사에서 칭하는 “MZ 세대”란 나이를 따지는 개념이라기보다는, 회사보다는 나를 더 중시하며, 업무에 있어서 명확히 선을 긋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살펴보고 싶다.


1. MZ세대라는 구분이 필요할까?

비단 나이로 세대를 구분하고, 전반적인 트렌드를 분석하고자 그 나이대 다수가 보이는 특징을 구분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유독 “MZ세대”의 경우 다른 세대와 달리, 어렵지 않게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되는 걸 볼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을 보고도 “오, MZ 다운데?”라고 하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주로 “저 사람 MZ야”라고 할 때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늘 느껴졌다.


위에서 래퍼 이영지가 말했듯, MZ세대는 본인이 MZ인지 모르고, 단지 알파벳 계보를 이어 가려는 어른들의 욕심에서 나온 구분법일 수 있다. 트렌드나 마케팅 분석 등을 위해 이러한 구분을 하는 건 유의미할 수 있으나, 비방용으로 사용된다면 지양해야 할 표현이 아닐까 싶다.



2. 사회에서 말하는 “MZ 들의 행동”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

나이대가 MZ에 속하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만, 회사에서 소위 ‘젊은 꼰대’에 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아래 구분을 따지고,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바른말하는 걸 못 보는 경우 ‘젊은 꼰대’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 경우 선배나 상사에게는 예쁨을 받을 확률이 높으며, 나이 많은 분들로부터 “쟤 MZ야”라는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낮다.


한편, 회사보다 내 것을 우선시하고,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선호하며, 위아래 상관없이 바른말 거침없이 하는 젊은 직원이 있다면 “저 친구는 MZ야” 라 평가받고는 한다.


MZ세대에 속하는 나잇대의 사람들의 전반적인 특징이 집단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는 데 있다고 분석된다. 그런데, 이게 비단 나쁘기만 한 것일까?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이라는 책에서, ”이전 세대는 차마 하지 못한, 그래서 속이 곪아버렸던 그 말을 요즘 친구들은 한다. 왜? 내 속이 곪아버리면 안 되니까. 곪아버리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류는 진화한다.” 는 표현을 읽었다.


집단을 위해  희생하고 자기를 갈아 넣다 보니, 나에게  남는 게 없더라는 걸 깨달아가며, 소위 ‘워라밸’ 속에서 개인을 조금 더 살피고 아끼는 ‘진화’를 하게 됐다는 거다.


그전처럼 무조건적으로 상사의 말에 복종하고, 회사를 개인보다 무조건 우선시해야 하는 시대는 가고 있다.


“MZ세대는 좀 그래~”라는 부정적인 안경을 벗어내고, 개인적인 생활도 조금은 존중해 주고 이를 받아들이려는 이전 세대의 노력 또한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MZ세대라는 틀 안에 그 사람을 가둬두고 특정하며 구분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그 틀을 깨고, 그들 개개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하다 보면 조금 더 쉬울 것이다.


“자기 일만 하네? 정말 MZ 스러워” 라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직접 ”이 일은 왜 이렇게 하신 건가요? 이런 사정 때문에 이 일은 ㅇㅇ씨가 맡아주면 좋겠어요. 다음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라는 식으로 개인의 생각을 들어보고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MZ 스럽던’ 사람도 이해하고 납득하며, 서로 소통하면서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집단도, 개인도 조화롭게 흘러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변화란 갈등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무조건적으로 그 변화를 “MZ” 라는 표현을 활용해 비방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트렌드가 일어난 이유를 생각해보고, 타인을 이해해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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