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는 관계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곳, 회사
회사란 정말 신기한 곳이다.
25년 평생을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지내왔는데, 웬걸. 회사에 와서 처음으로 나와 죽어도 안 맞는 관계들을 만났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진..
오히려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세상이 참 넓고,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나와 비슷하고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는 사람들을 쏙쏙 잘 골라내 만날 수 있었다.
다만 회사에 들어오고 나선..
아니, 분명 이곳이 더 좁은 사회인데, 나와 맞는 사람 찾기가 오히려 왜 이렇게 어렵지?
안타깝게도, 내가 어떻게 말을 해도, 오해라고 설명을 해도 쉬이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들도 있었다. 때로는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내 노력 여하와 무관하게 내가 잘못했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노력을 해도 결국 안 될 관계였던 것 같다.
그리 생각하고 싶진 않았지만
회사는 ‘내가 살아남아야 하는 곳’으로 여겨져서 유들유들 둥글둥글한 사람들도 쉽게 날이 서곤 한다.
회사가 아니었다면 눈 감아줄 서로의 모습들도, 쉽게 넘기지 못하기도 하고. 그냥 넘어갈 일들도, 혹여나에게 해가 될까 싶어 타인의 행동 뒤 숨은 뜻이 있는 건 아닐까 들추어 보려 하게 되기도 한다.
또 서로의 성향이 아무리 안 맞아도 그냥 지나칠 순 없고, 매일매일 봐야 하는 사이가 돼야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더 커졌을 수도 있다. 안 맞는 사람과 내 일상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다니.
안 맞는 사람과도 드문드문 보면 서로를 이해할 ‘쉬는 시간’을 가지며 심적 여유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서로를 이해해 보려 할 틈도 없이 ”와, 우리 진짜 안 맞아 “ 어택을 회사에서 매일 주고받다 보면, 엄청난 잠재적 고통,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처음엔 회사에서도 당연히 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노력하면 모두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첫 번째 믿음은 너무나도 운이 좋게도 들어맞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 지금까지도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입사 후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는다.
두 번째, 내가 노력하면 모두와 잘 지낼 수 있다는 믿음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모든 관계와 모든 사건에 있어서 혼신을 다해 매 순간 노력할 수 없었고, 참을성이 한계에 달해 나도 모르게 유독 날이 서는 순간도 있었다. 잘 참고 참아 내가 노력해 본 때에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호의를 받아주지 않는 때도 있었다.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었다.
이걸 깨닫기 시작한 때,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력하고 상처받기를 반복하다 보니 마음의 생채기들이 모여 굳은살이 된 것인지, 이젠 “원래 사회에서 만나면 그럴 수 있는 거지” 하게 되었고, 그러다 이젠 오히려 조금은 더 단단해졌다.
출근할 때마다 거울 앞에 붙여둔 포스트잇을 보며 다짐한다. 나의 리듬대로 내 할 일이나 잘하고, 착한 사람들에게는 착한 마음을 잃지 않을 것!
그리고,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아!
그러니 신기하게도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관계들도 더 편안해졌다.
조금은 힘을 빼니, 잘 지내려 애쓸 때보다 오히려 상황을 조금은 더 건조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성장 과정에 있기에, 완벽히 통달하진 못했지만 확실히 감정이 격해진다거나 실망하는 횟수가 줄었다.
오히려 애쓰던 때보다 더 안 맞다 생각하던 이들과, 조금은 더 잘 지낼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너무 힘이 들 땐 오히려 내려놓는 것도
오히려 힘을 빼는 게 힘을 주는 것보다도
나을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p.s. 오늘은 나를 힘들게 했던 관계를, 내일은 조금은 한발 물러서서, 조금은 더 건조하게 대해본다면 어떨까요?